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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샘 Apr 25. 2023

자연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사람이 만들지 못하는 것 태양, 물, 바람

     유아들에게 생태교육은 꼭 필요한 인성교육이라는 주장을 하게 된 것은 교육대학원 졸업 논문을 쓰던 2005년부터이다. 우연히 우리나라에 ‘한국 생태 유아교육학회’가 있고,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문명에 소모되는 자연이 아닌 인간과 자연의 상생만이 인류를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교육하자는 학문이었다.     

 생태 유아교육을 교육 현장에서 바로 적용하기 시작하였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으로. 가장 쉬운 접근으로 산책이었다. 나는 산책을 시작하기 전 겨우 말을 배운 5살, 6살 유아들에게 대단히 어려운 질문을 꼭 해보았다.

“친구들아! 자연은 무엇일까요?”

“나무요, 꽃이요, 땅요, 돌요” 이 정도가 유아들과 교사가 끌어낼 수 있는 자연에 대한 정의이다. 그때 윤태양이 큰 소리로 

“선생님! 자연은 사람이 만들지 못하는 것입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 사람이 만들지 못하는 게 뭘까요?”

 “햇빛, 물, 바람요”

“태양아 우리 태양이! 이름처럼 멋진 대답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니? ” 

“우리 엄마가 아미산 갈 때 알려 주었어요” 그 대답을 들으며 나는 셋째를 임신하였다며 만삭의 몸으로 입학식에 참석했던 태양이 엄마를 떠올렸다. 6살 아들에게 이렇게 감동적인 배움을 줄 수 있던 그녀가 존경스럽기까지 하였다. 


 유아들은 자연을 보러 가는 산책보다는 모래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를 타거나, 놀잇감으로 맘껏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바깥 놀이의 시작을 노래로 한다.

 “밖에 나가 놀자 씩씩하게! 밭에 나가 놀자 씩씩하게! 선생님 함께 나무도 함께 바람도 함께 모두 다 함께 ”

 노래를 두 번쯤 부르고, 순서대로 나가, 정해진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기다리도록 한다. 친구들이 다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바람과 햇빛을 만나는 시간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나는 “자연은 소중하니 보호해야 해요, 식물도 마음이 있어서 꺾으면 아프겠지요? 나무가 건강하려면 쓰레기가 없는 땅에서 자라야 하니까 쓰레기를 꼭 휴지통에 버려야 해요” 이런 말은 반복하지 않는다. 이런 말은 유아들이 외울 만큼 많이 들었으니까. 들은 말로 상생을 배울 수는 없을 테니까. 그저 자연에 나가 보이는 것과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 나름의 방식이다.     

  산책에 루페나 하늘 거울 등을 가지고 나가지만, 유아들은 이런 도구들을 잠깐 이용하면 싫증 나서 정리 가방에 넣어 버린다. 자신의 의지와 감각으로 꽃의 색과 생김새, 향기를 맡아보고 사랑한다는 말까지 해 준다. 

 4월 초 산책에서 은행나무는 벚나무보다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말의 이유를 물으면 “나무 안아 주기할 때 은행나무의 껍질이 더 매끄러워요”라고 한다. 4월 중순부터 벚나무가 은행나무가 받던 사랑을 순식간에 빼앗아 버린다. 은행나무에 비해 벚나무는 하늘하늘 연 핑크의 감촉까지 좋은 꽃잎을 무더기로 유아들에게 던져 주기 때문이다. 꽃비를 서로 뿌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꽃잎과 아이 중 어느 쪽이 꽃인지 분간할 수가 없어 아름답고 경이롭다. 가을 산책에서 은행나무가 유아들에게 미운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은행 열매에서 똥 냄새가 나요.” 

“내 운동화에 붙을 것 같아서 난 저쪽으로 산책할래요”

“ 은행잎은 예쁜데 은행은 못생겼어요”

 제 눈에 안경이고 해석은 자유라지만, 은행나무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유아들의 원망을 들으니 얼마나 억울할까? 더구나 은행나무는 열매뿐만 아니라 잎까지 모두 사람들 건강에 좋은 성분인데 말이다.

 억울하다고 나에게 말한 은행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지만, 내 정신까지 혼미해지게 노랗게 물들었다가 며칠 만에 일제히 쏟아지는 은행나무를 볼 때마다 너무나 솔직한 아이들의 선생으로서 은행나무에 미안했다.     

 자연을 보고 돌아오면 실내 놀이로 부직포로 만든 대형 꽃잎, 암술, 수술, 꽃받침을 가지고 퍼즐 맞추기 놀이하며 꽃의 구조를 인지하는 활동을 한다. 이때 꽃들의 사랑을 돕는 벌과 나비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노출하면 유아들은 꿀벌과 나비를 고마운 곤충이라며 좋아한다. 꽃과 곤충의 공생을 기억하도록 하려고 꿀벌과 나비 팀으로 나누어 봄꽃 카드 찾기 게임으로 연계하며 놀이도 하였다.     

  산책은 유아들이 자연 속의 꽃과 곤충들은 서로 도우며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얻어 서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상생의 원리를 체득하게 함에 있다. 식물과 곤충이, 식물과 동물이, 동물과 사람이 상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생태 유아교육이다. 몸으로 배운 것, 자연 속에서 체득한 것을 초록지구 살리기로 실천하도록 하는 것, 세상의 모든 어른들이 유아들과 함께하여야 할 산책이리라. 

「유치원 뒤편이 보리밭이었던 북창에서 산책하며 본 깜부기에 대한 기억을 시로 남겨 두었다」     


초록을 피우는 보리밭에

깜부기 검은 꽃 피었다

곧고 수려한 것이 귀하여

본성을 물으니 곰팡이란다

어린 시절 뽑아서 눈썹을 그리고

서너 개 묶어서 글자도 쓰고

추억은 참으로 친근한데

섬뜩한 전염성 곰팡이     

초록 물결을 흐리는 깜부기 밭에서

꽃인지 깜부기인지 보리인지 몰라

나는 흔들리지도 못한다.

         <깜부기>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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