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 진취적 인간미... 나를 보여준 시간.
4월경에 지인으로부터 강의 요청이 있었다. 지난해 '생태관광 혁신! WHY & HOW?'라는 나의 강의를 듣고 지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다 했다. 그런데 문제는 경기도 북부지역 여성지도자가 대상이라 했다. 강의 주제 또한 여성의 혁신리더십이었다. 난감했다. 거부하면 '하기 싫어서...'일 것 같기도 하고, 승낙하자니 '자신감이 영...' 아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혁신 리더십 WHY & HOW?' 주제로 하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승낙하고 나서 여성들의 모임만 봐도 혁신리더십만 머리에 맴돌았다.
한 달 후 예정된 강의가 코로나로 연기를 한다고 했다. 마음속으로 '잘되었다' 쾌재를 불렀다. 8월경 다시 연락이 왔다. 9월 15일 저녁 6:30부터 9:30까지 3시간 강의를 요청했다. 다시 머리가 복잡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게 된다고 했다. 대면으로 하면 부족한 부분을 제스처로 대체할 수 있는데,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니 모든 게 꽝이 되었다.
강의 당일 30분 전에 준비를 마치고, 온라인 시스템에 참여하는 상태를 보고 있었다. 공직자들 강의는 대부분 정시에 참여하는데 여기는 달랐다. 20분 전부터 입장을 하더니 시작시간에 맞추어 모두 입장이 완료되었다. 여성리더분들이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 과정이 12강을 하기 때문에 나는 실제 경험한 리더십 사례를 스토리로 한다고 전제를 한 후 '그래도 좋겠냐?'라고 질문했더니 모두 동의했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이후 진행은 내가 경험한 리더십 이야기를 했다.
주민자치센터를 기획하고 추진할 때 발생한 민원 대응 사례, 90도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가 공익 근무하는 손자를 잘 봐주라 했을 때 고졸 검정고시반을 운영했던 일, 민방위 교육을 '왜 연극으로 했는지?'에 대한 과정, 순천만 습지를 생태관광자원으로 조성하면서 발생했던 수백 가지의 민원과 진정을 처리했던 일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 조성과정에 건물과 조경은 전문가들의 영역이지만 조형물 사이사이 공간에 대한 일들은 리더의 몫이라는 얘기 등등... 이렇게 하다 보니 3시간이 훌쩍 흘렀다.
한 시간 강의 후 쉬는 타임에 질문을 채팅창에 올리라 했더니 금방 가득하게 올라왔다. 감동글도 있고, 일하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도 있고, 순천만을 지금 당장 가고 싶다는 분도 있었다. 어떤 분은 도지사로 출마해라 했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정말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대면 강의보다 이런 점은 장점이 있는 듯했다. 이렇게 3시간을 마치고 나니 진땀이 쫙 흘렀다. 한편으로는 저녁시간에 훌륭한 여성리더들과 대화를 나눈 보람도 있었다.
내가 강의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행복감을 느낀 시간이었다. 많은 긍정 메시지가 있었지만 _감동적, 진취적, 인간미!_라는 후기가 마무리 발언처럼 들렸다. 강의 과정에 나의 스토리를 리더십으로 풀었지만 우아하게 정리해보면 대충 7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그동안 20여 년간 간부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크고 작은 시책을 추진할 때 몸소 체험한 결론이다. 일부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수십만 가지 중에 7가지만 고른 것이니 100% 틀린 말도 아니다. 특히 리더십은 이론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체험한
1. 리더십은 여성, 남성 리더십이 따로 있지 않다.
2. 리더십은 전문가가 아니라 공간을 메우는 것이다.
3. 리더십은 왜, 어떻게에 대한 의미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
4. 리더십은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되 한 곳으로 빠지지 말아야 한다.
5. 리더십은 10배 잘하면 시기를 당하고, 100배 잘해야 존경받는다.
6. 리더십은 모함하는 자를 원망하기 전에 용서해야 한다.
7. 리더십은 구성원들을 향한 忠(진정으로 정성을 다함)을 해야 한다.
혁신의 반대말은 모방이 아니라 두려움이다. 리더십 또한 하기 어려운 과제인데 이를 혁신하기란 더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리더십이야말로 혁신적이어야 한다. 새로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두려움을 용기로 극복해야 한다. 강의할 때마다 느끼지만 감성이 높아야 할 공무원보다 시민들의 감성이 높다. 이는 올바른 정책이나 시책은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는 뜻이다.
강의하는 동안에도, 강의 후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전문가가 아닌 나의 이야기지만, 진정성 있게 했더니 덩달아 즐겁다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해주시는 리더분들이 고맙다. 역시 여성리더가 맞다.
어리석은 사람은 서두르고
영리한 사람은 기다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
<타고르>
행복한 정원에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