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잘했다(적어도 나는)
현재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회사에서 내가 쓴 창업 사업계획서를 보았다. 그리고 나온 반응. "OO씨, 창업하지 마시고 내년에 저희랑 같이 계획서 쓰시죠... 다른 중간지원조직은 보시면 안돼요." 속으로 나는 '이게 잘 썼다고요? 어디 가요???'
문화기획 분야 회사에서 주 3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정산, 문서 작성, 현장 지원 등 조금은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일을 함에 있어 내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페이퍼 작업! 나는 몰랐다. 내가 페이퍼 작업을 (그나마) 잘한다는 것을...
전 직장에서 했던 주요 업무는 크게 1. 사업계획서 작성 2. 연구용역 보고서 작성 3. 현장컨설팅 지원업무이다. 그냥 글 쓰는 직업이다. 현장을 몰라도, 아는 게 없어도 뇌피셜로 흰색 A4 용지들을 채워야 하는 직업이었다. 며칠 동안 작업한 보고서를 팀장님께 가져가면 기본 2시간의 피드백이 돌아오곤 했다. 화가 나도 회사이기에, 을이기에, 똑같은 글을 몇 번이고 수정해야만 했다. 그렇게 4년 6개월을 보낸 후 퇴사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4년 6개월 동안의 노고를 인정(?) 받고 있다.
퇴사하기 전에는 몰랐다. 퇴사 직전 일했던 지사는 모든 분들이 베테랑(보고서 신들의 집합체)이었기에 나의 보고서는 아가 수준이었다. 단 한 번도 내가 페이퍼 작업을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곳 의성에서 내가 그나마 잘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창업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멘토님의 코칭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페이퍼 작업을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었다. 퇴사를 하고 나서야 내가 그 일을 조금은 할 줄 아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나는 퇴사하기 전 목표가 있었고, 그것들을 모두 이루고 나왔다. 크게 세 가지, 1. 3년은 버티자 2. 팀장은 달고 나가자 3. 두 번은 붙잡게 하자. 조금은 미련해 보일 수 있으나, 잘 버텼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누가 알았겠는가. 퇴사 후에 진짜 나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쓰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회사에서 오퍼가 오게 될 줄을...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전 직장 친한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군대에서 삽질을 해도 열심히 했다. 나중에 이 기술 어디에다 쓸지 모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