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타이어도 찢어질 수 있구나...
타이어 굴러가는 소리가 이상해 도로 갓 길(하필 코너 쪽)에 차를 세웠다. 세상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타이어를 살폈다. 주저앉아 있는 앞쪽 타이어를 발견했다. 깜깜한 저녁, 퇴근하려고 질주하는 도로 위 차들, 그 사이에서 비상등을 켜놓고 혼이 나가 있는 나... "하... 어떻게 해야 하지?"
타고나기를 일 복이 많게 태어났나 보다. 빵집 아르바이트(11/21부터 마감 타임)가 확정된 후 생활비가 더 필요할 것 같아 문화기획 쪽 회사에서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8시에 운전대를 잡아 본다. 단순 알바지만 첫 출근이라고 설레는 것은 무엇? 어쨌든 돈 벌러 가는 길은 행복했다.
서류 만지는 아르바이트지만 "이거 꿀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직장을 다니면서 가장 원했던 일은 단순 작업만 하는 일, 머리 쓰지 않고 주어지는 것만 계속할 수 있는 일, 그런 일이 지금 하고 있는 알바다. 영수증 정산 작업과 현장 사진 찍기, 서류 제출(운전면허가 없거나, 장롱면허인 20대 분들은 다방면의 기회를 얻기 위해 운전 배워두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끝.
더욱이 점심과 커피가 공짜다. 사무실 근처에서 사 먹는데, 그 귀한 법카를 사용한다. 고향을 벗어나 타지에 있다 보니 제대로 된 한 끼를 챙겨 먹는다는 건 사실상 힘든 일이다. 때문에 (남의 돈으로 먹는) 제대로 된 점심 한 끼를 먹는 일은 행복 그 자체다.
그러나 그 끝에 예상치 못한 불행이 닥쳐왔다. 정말 예상치 못한 일, 내 차 타이어가 찢어진 것이다.
너도 나도 신이 난 퇴근길에서 막 달리던 중 이상한 소리가 났다. 이대로 계속 주행하면 안 될 것 같아 도로 갓 길(왜 난 위험하게 코너 쪽에 차를 세웠을까?)에 잠시 정차했다. 주저앉아 있는 내 타이어...
보험을 불러야 하는 상황은 차를 산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견인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멘붕 상태에서 겨우 긴급출동 번호를 눌렀다. 비상등을 켜 두고 출동 차량이 올 때까지 피가 말랐다. 이런 상황들에 나는 언제쯤 대담해질까...? 곧 출동 차량이 왔고, 차를 견인했다. 겁에 질린 내 표정을 본 기사님께서 당황하지 말라고, 별일 아니라고, 다만 코너 쪽은 위험하니 조금 더 앞으로 가 차를 세우라고... 차근차근 말씀해주셨다.
늦은 저녁, 나와 내 차는 어느 타이어 정비소에 내려졌다. 나를 책임(?) 지는 임무가 타이어 정비소 사장님께 넘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매우 수동적인 인간이 된다. 멍한 상태로... 불행 중 다행으로 항상 좋으신 해결사분들을 만나 순조롭게 일이 처리되었다. 사회초년생 포지션의 좋은 점 일수도 있다(난 아무것도 몰라요).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어떤 상황이 와도 담담한 태도를 유지해야만 하기에 연륜이 쌓인다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 과연 나이를 먹는다고 이런 상황에서 침착해질 수 있을까? 의연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어쨌든 이번 일도 친절한 어른들의 손을 잘 빌렸다. 앞으로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상황을 몇 번이나 더 겪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