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입니다!!

나니까 괜찮아

by 빵파카

최근 빵집을 그만두었다. 3주 다녔나? 이렇게 단기간에 일을 그만둔 것은 처음이다. 일을 그만둔 이유는 첫 번째, 주말 출근을 해야 하는 빵쟁이다 보니 남편(주말에 쉬는 직장인)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고, 두 번째는 창업을 잠시 멈춘 상태에서 내 육체를 갈아 넣는 빵쟁이 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럼 다시 백수냐고? 놉! 먹고살아야 하기에 다른 일자리를 바로 구했다. 지금은 백화점에서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을 파는 '나는야 판매원이다!'.



나니까 괜찮아

12월 8일부로 빵쟁이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9일부터 바로 다른 일을 시작했다. 투잡을 뛰는데 오전 11시부터 14시까지는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고 빵을 판다. 오후 15시 30분부터 저녁 20시까지는 백화점 내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


이제는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생이다. 판매원이 된 첫 날, 살짝(아니 아주 많이) 현타가 왔다. 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오늘 세일입니다. OO 사세요"라고 외치는 판매원 분들이 계신다. 지금 내가 그분이 되었다. 소비자였을 때는 이 분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안 들렸지만, 이제는 아주 선명하게 들린다. 내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니깐.


서른이나 먹었지만, 기본 성향 자체가 내향적이다 보니 "안녕하세요.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입니다."라는 멘트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이 멘트를 하는 나 자신에게 괴리감이 느껴져 입에서 더 떨어지지 않았다. '서른에 아르바이트하려고 회사를 그만두었나? 창업하려고 빵쟁이가 된 건데, 이 일을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에 일을 시작한 첫날, 내 기분은 똥이었다.


그러나 해야 했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당장 돈을 벌어야 하니까. 부끄러운 게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지금의 내가 어떤 일을 하든 이 순간을 거지 같다고 생각하면 진짜 내가 거지가 되는 것 같아서 그냥 외쳤다. "안녕하세요.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입니다."


현타가 왔지만, 스스로가 비참했지만, 진짜 나 스스로를 안타깝게 생각하면 그런 인간이 되어버리니깐, '나니까' 뭐든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니까 뭔 일을 해도 당당하고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외쳤다. "안녕하세요.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입니다."


이렇게 나는 내일도 외칠 것이다. 나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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