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니 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해야만 하는 이유 찾기

by 빵파카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빵집 창업을 하겠다고 날뛰던 시절이 있었다. 제빵기능사 자격증조차 없던 시절, 어떤 지역의 창업지원사업에 빵집을 차리겠다고 당당히 도전했던 때가 있었다. 호기롭게 떨어졌지만, 그 뒤로 제빵사로서의 삶을 살았다. 지금은 또 다른 일을 하며, 빵집 창업을 준비하고 있긴 하나, 본질적으로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려 하고 있는 요즘이다.



해야만 하는 이유 찾기

20대 후반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왜 이 힘든 빵일을 시작했냐고 물어보면, 첫 번째는 살면서 좋아하는 게 빵이었고 늦기 전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였다. 두 번째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다. 돈을 버는 방법 중 투자는 운과 시기가 맞아야 하고, 직장 월급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사업을 해야지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1차원적인 생각이었다.)


'빵을 좋아하니 제빵사가 되어 창업을 한 후, 장사에서 사업으로 확장해야겠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회사를 그만둔 지도 어느덧 3년 가까이 되어간다. 이제는 엑셀이 뭔지, 보고서는 어떻게 쓰는지 감도 안 온다.


그렇다고 창업을 했냐? NO.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빵집을 했더라면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선택이 쉬었을 수도 있다. 이쯤 되니 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빵'이라는 아이템으로 돈을 벌 수 있느냐의 문제에 봉착했다.


제빵일을 해보니 빵으로 돈을 벌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첫 번째로는 재료값이다. 요식업이 뭐 다 그렇겠지만, 특히 버터와 계란을 많이 쓰는 빵이라면 언제 오를지 모르는 이 재료값을 감당할 수 있을까? 두 번째, 빵은 아직까지는 사람들에게 밥이 아니다. 때문에 굳이 사 먹지 않아도 되는 품목인 것이다. 세 번째, 디저트류인 제과는 겨울철에는 최대 3일(?) 정도까지 상온에서 판매도 가능하다. 그러나 빵은 다음날 절대로 팔 수 없다. 특히 버터와 크림류가 많이 들어간 제품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만드는 시간은 제과의 몇 배는 걸린다. 네 번째, 창업 비용이 어마무시하다. 기본적으로 제빵 장비로 믹싱기, 발효기, 오븐 등이 필요한데 이 장비값이 비싼 건 천 단위이기 때문이다. 다섯 뻔째, 체력적 소모가 엄청 크다. 제빵사라면 알 것이다. 이 일은 그냥 막노동이란 것을. 그렇다고 알바생을 쓰자니 인건비가 어마무시하다.


빵집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보다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더 많아져 버렸다. 이쪽 분야로 일을 해보니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점점 든다. 정말 확실한 컨셉 없이 무작정 장사해야지 라는 맘으로 오픈을 했다가는 그냥 망할 것 같은 느낌이지 않은가!? 길을 지나가면 장사 잘되는 가게보다 임대 매물만 엄청 보이는 요즘이다.


그래도 이왕 이 길을 선택했으니, 해보자는 마음으로 남편과 나는 '컨셉' 잡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무턱대고 오픈을 하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20대였다면 그냥 해보자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수 없는 나이대가 되었다.


창업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보고 싶다. 우리만의 가치를 만들어 보고 싶다. 시간이 조금은 걸리더라고 말이다. 2025년의 끝자락에 가치 있는 선택을 한 우리들을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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