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을 동경합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삶

by 또또

지금의 나는 철저한 현실주의자다. 효율과 빠름, 돈과 이성적 판단 등 현실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동만 한다. 이게 경제적으로 맞는 삶이라 생각했다. 하이패스 대신 통행권을 끊고, 몇 시간을 기다려서 밥을 먹고, 바리바리 짐 싸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굳이 왜 저렇게 까지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삶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삶은 비효율적이지만, 취향인 것이고 여유가 있는 것이며 그 자체가 낭만인 것이다.



품격 있게 굶주리기

지금까지도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바로 'Jiyoungdorner'이라는 일상 vlog 채널이다. 종종 자기 계발, 부동산, 지식 관련 채널도 보지만 꾸준히 챙겨보는 채널은 해당 채널 밖에 없다. 운영자는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사람으로 직업은 모델이고, 주부이며, 나이는 50세 정도 되었다.


테니스를 치고 수영을 하고 자신과 어울리는 옷을 갖춰 입고, 좋아하는 음식을 사 먹으며, 집에서는 빵과 다양한 요리들을 해 먹는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의 빵 만드는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빵 만드는 일은 명상과도 같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그냥 빵집에서 사 먹어도 되는 게 빵이다. 그러나 이 분은 몇 시간이 걸리는 빵을 직접 굽는다. 그리곤 사랑하는 가족들과 나눠먹는다.


내가 왜 이 분의 유튜브를 챙겨볼까?를 고민해 봤다. 처음엔 단순히 힐링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지 않은 도시에서 항상 예쁜 옷을 입은 멋진 언니가 맛있는 음식을 하는 모습 그 자체를 보는 게 힐링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유튜브에 넘쳐나는데? 왜 굳이 이 언니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동경이었다. 유튜브를 위해 만들어진 감성 브이로그나 자신의 멋진 일상을 뽐내기 위한 영상이 아니라 그냥 이 분은 본인의 삶 자체가 자신의 취향들로 묻어나는 게 보였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그것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그 일상 자체가 낭만이 되는 삶을 동경하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최근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취향과 낭만은 없다고. 그러나 우리는 안다. 지금 이 시기 어쭙잖은 취향을 가져버리면 죽도 밥도 안된다는 것을. 우린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지금은 비효율보다는 효율을 추구해야 하는 시기이다. 비효율의 삶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지금은 품격 있게 굶고 있다.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짝꿍과 함께여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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