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잠시 멈추고 책을 읽습니다

조수용 님의 '일의 감각'

by 빵파카

'저는 이렇게 해요. 내가 카페에서 언제 좋았지? 내가 그때 무슨 기분이었지? 아! 그때 메뉴판이 이래서 좋았구나. 그때 음악이 없어서 새소리가 들렸구나. 오로지 내가 좋아했던 순간을 끝까지 추적해서 구체화하고 단단하게 정리해요. 그게 브랜딩이에요(178p)'



'나'를 정리하기

잠시 빵 만드는 일을 스탑 했다. 빵집 창업을 뒤로 미루면서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를 고민했다. 돈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이상적인 삶에 대해. 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빵을 만들 것이며, 어떻게 이것을 내 삶에 녹여낼 것인가에 대해.


노트에 뭘 적어야 할지도 모르면서 그냥 끄적거렸다. 혼란스러운 상태로 고민만 하다 일을 가고 자고를 반복한 끝에 오랜만에 책을 잡았다. 조수용 님의 '일의 감각'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남편이 추천해 준 책이다. (책을 잘 안 읽는 나는, 책을 고르는 감각이 없...)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궁금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저자에 대해 잘 몰랐다. 검색해 보니 엄청 유명하신 분이었다. (뭐, 책까지 내신 분이니 당연한 말일 수도) 브랜딩으로 한 획을 그으신 분이었다.


단순히 저자의 업적이 대단해서 감탄한 것보다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소신 있는 철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놀랐다. 저자는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다. 빵 한 조각을 봐도 왜 그런지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본질로 돌아가는 것. 그게 바로 감각의 핵심입니다.'라고 말하며,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다고, 우리가 잊고 있던 본질을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꽂히는 부분은 '나의 취향과 세상' 챕터였다. '우선 나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일단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남달라야 합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 분야를 잘 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많이 알면 알수록 더 구체적으로 좋아하게 됩니다.' 브랜딩은 나를 잘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에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나는 취향이 없다. 깊게 파 본 취미도 없고, 어떤 것을 미친 듯이 좋아해서 그것을 모아본 적도 없다. 그렇다. 나에 대한 이해조차 없으니 다른 무엇도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나를 깊게 이해한다는 것. 효율적으로만 살아온 나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 그렇지만 모든 것은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또 노트를 꺼내본다. 당장 내 취향을 찾을 순 없지만 그래도 나를 둘러싼 세상을 적어보려 한다. 자주 먹는 음식, 자주 쓰는 볼펜, 일상을 채우는 일들... 독특한 것이 없어도 괜찮다. 하나하나 '나'를 정리해 보겠다.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깊게 써 내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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