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빵사가 되어보기로 결심했다
새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아는 대표님께 포트폴리오를 드렸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문자를 보냈다. "대표님, 저 딱 1년만 해보고 싶은 일 도전해 볼게요. 1년 뒤에 다시 말씀드려도 될까요?"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은 제빵사이다. 빵집 아르바이트가 아닌 직접 빵을 만드는 일. 자격증도, 경력도 없지만 해보고 싶다는 패기 하나로 두드려 보았다. 알바천국에 제빵사 구인 공고가 나오면 무조건 지원했다. 알바천국 온라인 이력서를 채울 내용이 없어 '사장님께 한마디'라는 칸을 최대 활용했다.(사장님께 한마디 : 안녕하세요. 제빵에 꿈이 있는 지원자 OOO입니다. 현재 제빵 학원에서 관련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뽑아주신다면 정성을 다해 빵을 굽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경력은 우대사항이다. 제빵 분야와 같은 기술직은 더욱이 그럴 것이 시급이 1만 원 가까이되는 요즘, 초짜보다는 몇 개월 경력자가 생산효율이 더 좋기 때문이다. 면접에 가기도 전, 문자와 전화에서 몇 번은 떨어졌다. 너무나 당연한 현실. 이미 각오하지 않았는가?! 두드리고 또 두르렸다.
의성과 가까운 구미, 군위, 대구까지... 면접이 잡히게 되면 곧장 달려갔다. 제빵과 연관 없는 이력서를 들고 왕복 2시간 거리를 달려갔다. 면접의 기회가 귀하기 때문에 기름값이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3주쯤 지났을까? 심적으로 조금 지쳐있을 때, 뚜레쥬르 알바를 하면서 우연히 전화한 빵집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의 기회가 잡혔고 왕복 3시간을 달려갔다.
설렘 반 포기 반으로 방문한 이 빵집은 규모가 조금 큰 동네 개인 빵집이었다. 들어가자마자 온갖 빵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평일 오후시간대임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간 제빵 작업실에는 하얀 밀가루와 하얀 작업복을 입고 있는 제빵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내민 나의 새하얀 이력서.
"제빵 일은 해보셨어요?, 집은 어디 쪽이세요?, 이 일 힘들어요..." 근래 들은 레퍼토리. 그러나 뒤이어 "원래 남자 직원을 원해서 다른 여성분들은 면접도 안 봤는데, OOO 씨는 목소리가 씩씩해서 면접 오시라고 한 거예요. 일을 하시게 되면 언제부터 가능하세요? 25일 7시 30분까지 출근하시면 되세요."
합.격.했.다. 심적으로 지쳐있었을 때 연락온 이곳에서 나를 구제해 주었다. 너무 기분이 좋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먹었다.(건강을 위해 따뜻한 것만 먹는 요즘이다.) 정말 제빵사가 되었다. 빵을 배우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기적 같은 일이 또 일어났다.
1월 25일부터 제빵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지금 이 순간, 어느 때보다도 기쁘고 설렌다. 1년, 딱 1년만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보면서 살아보자!
우선, 여기는 대구 달성군, 집부터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