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는 거 쉬운 일이 아니구나
"사장님, 안녕하세요. 직장 때문에 10월쯤 서울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아요... 보증금은 다음 세입자를 구하시고 빼주실 수 있으신가요?"
전세 만기 1년 전인 지금 세입자가 방을 빼겠다고 통보했다. 시나리오에 없는 케이스가 발생해 버렸다.
작년 이맘때쯤 투자용 집을 매수했다. 투자금은 4천만 원. 월급쟁이(지금은 빵쟁이) 부자가 되겠다고 차곡차곡 모은 시드머니로 1호기를 장만했다. 부동산에 부자도 모르던 내가 경제 책을 읽고 블로그를 시작하고 강의를 들었다. 2022년 한창 집값이 오르던 때, 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조급함으로 평일 주말 구분 없이 공부했다. 야근하고 10시에 집에 들어와도 새벽까지 공부하던 때였다. 그렇게 5개월을 보낸 뒤, 집을 샀다. 가끔 내가 했던 행동들이 참 겁 없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많다. 이 사건은 그 일들 중 1순위.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친 짓이었다.
당시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하고 매수했던 집. 이제 버티기만 하면 몇 천만 원은 벌거라는 자신감. 대출 없이 산 집이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 은 착각이었다. 집을 산 지 몇 개월 뒤, 이례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전쟁 발생, 물가 상승, 기준금리 상승, 대출이자 상승 그리고 집값 하락. 10년마다 온다는 부동산 하락장이 와버렸다. 왜 하필이면 내가 투자에 눈 뜬 이 시기에 그 무섭다는 하락장이 와버렸을까?
며칠 전 세입자한테서 연락이 왔다. '집을 계약할 때 빼고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세입자가 왜 연락을 했을까? 어디 고쳐달라고 하는 걸까?' 빵쟁이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 턱없이 부족한 월급이기에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예상을 능가하는 요청. 집을 빼겠단다. 직장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한다고. 아직 만기가 1년이나 남은 상황이었으나, 계약갱신청구권을 썼기에 내가 집을 내놔야 한다고. 잉? 당황한 나머지 알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동안 넋이 나가있었다. 투자한 곳이 지방이라 낙폭이 그리 크치는 않다. 그러나 이곳도 역전세를 맞은 상황이라 추가 투자금이 들어간다. 다행히 여유자금이 있기는 하나, 부동산 한 채를 지키기 위해 내 전재산이 들어가게 생겼다. 여유자금의 사용 용도가 따로 있었기에 더욱 멘붕 상태가 왔다.
약속을 잡고 중개사무소와 세입자를 만나러 왕복 4시간을 달려갔다. 역시나 추가 투자금이 필요한 상황. 뿐만 아니라 도배, 금이 간 화장실, LED 등 집 살 때는 잘 안 보였던 수리할 곳들이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더욱이 세입자의 무리한 요구까지. 현재 전세시세와 보증금 간의 차액을 미리 달라는 것이었다. 잉? 집만 있는 부린이로서 이게 마땅한 요구인지 아닌지도 판단이 안 돼 우선은 생각해 보겠다 하고 집을 나왔다.
정말 다행히도 세입자 분의 일정이 변경되어 만기까지 채우게 되었다고 다시 연락이 왔다. 사실 이게 다행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비수기인 여름에 다른 세입자를 구하는 것보다는 심적으로 안도감이 들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느끼는 게 참 많다. 1. 부동산은 경험이다 2.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있으니 현금은 필수 3. 제발 사진 많이 찍어 놓자 4. 어리다고 쫄지말자 마지막, 부자 되는 거 진짜 진짜 어려운 거다 멘탈 잡자
제발 내년까지 집값이 좀 오르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