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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Sep 13. 2023

저는 평일이 주말입니다

평일이 주는 여유로움

 새벽 산책과 아점, 그리고 카페에서 독서하기. 이 모든 일은 주말이 아닌 평일에 한 일이다. 그렇다. 나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 쉰다. 책가방 메고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을 보며(내가 초딩이네) 왠지 모를 짜릿함을 느꼈다. 평생 이런 짜릿함을 느끼며 살고 싶다. 아니, 그렇게 살 것이다!



평일에 쉰다는 것

 1년 전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일하고 주말 이틀 쉬는 게 당연했다. 물론 주말 출근도 잦았지만. 제빵사인 지금은 평일과 주말의 개념이 사라졌다. 월 7회 휴무 중 평일이 반절 이상이다. 빵집은 주말이 피크라 되도록 평일에 쉬어야 한다. 한평생을 주 5일제로 살다 올해 처음으로 시간 개념이 바뀌었다. 학교에서 정한, 나라에서 정한, 직장에서 정한 시간이 아닌 내가 정한(?) 스케줄대로 살게 되었다.


 주말에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평일에 쉰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이렇게 평일에 쉰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출근하는 차 사이에서, 가방 메고 등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직 나만이 여유롭게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맛집에 가도, 카페에 가도, 쇼핑몰에 가도 번잡함 없이 세상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오직 나만이 이 공간에 머물러 있듯이...


 이번 주도 평일에 쉬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불 돌돌이 한 번 해주고, 원룸 근처 공원에 산책하러 나갔다. 아파트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어느덧 아이들이 등교하기 시작했다. 초등학생들 눈에는 긴 머리를 한 백수 한 명이 어슬렁 거리는 것처럼 보였겠지? 왠지 모를 희열감!


 산책 후 샤워 한 번 해주고 아점을 먹었다. 역시나 여유롭게. 오후에는 카페에 가서 개인적인 일들을 했다. 독서도 하고 플래너도 정리하고, 찾아볼 것도 찾아보았다. 중간에 초코 머핀도 먹어주었다. 역시나 여유롭게. 저녁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도 먹을 수 있었다.


 평일에 쉰다는 건 여유로움으로 가득한 나만의 시간 속에 사는 일이다. 학교, 직장...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이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남들과는 다른 시간을 사는 것 같은 기분! 나는 이 기분을 평생 느끼고 싶다. 남들이 정한 사이클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든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싶어졌다. 비록 지금은 잠깐의 여유로움으로 끝이 나지만, 언젠가는 이 여유로움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내 건물에서 여유롭게 빵 만드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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