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은 처음이라
불금인 오늘 누구보다 일찍 출근했다. 오랜만에 일찍 나오는 이 기분. 피곤함이 아닌 설렘으로 시작하는 하루. 오늘은 바로 반죽을 처음 배우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븐을 켜는 대신 믹서기를 켜는 날이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했다. 반죽 1일 차로서 사전 준비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얼음과 찬 물을 한가득 받고, 작은 볼과 스크래퍼를 준비했다. 사전 준비작업은 5분이면 끝이 난다. 사실은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일찍 나왔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지만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 두려운 감정을 가라앉히고자 반죽 파트 자리에 계속 서있었다.
반죽을 가르쳐 주기로 한 선배 또한 일찍 나왔다(평소보다 5분 일찍). 본격적인 반죽 일이 시작되었다. 반죽 파트는 크게 계량과 믹싱, 펀칭이 끝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처음인 나에게 끝은 없었다. 반죽의 시작인 계량부터 난항이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섞는 게 아니라 가루와 계란 따로, 버터는 믹싱 나중에 넣고, 반죽마다 사용되는 이스트의 종류도 다 달랐다.
분명 기록한다고 노트와 볼펜을 가져왔건만, 적고 있어도 무엇을 적고 있는지조차 헷갈렸다. 펀칭을 주는 타임, 분할해야 하는 타임, 특히 반죽의 최종 완료점은 기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감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었다. 오븐 파트에서의 빵 발효점과 굽기 완료점을 감각으로 익혀야 하는 것과 같은 것!
반죽을 배우며 느꼈던 또 하나의 어려운 점은 힘이었다. 양이 많다 보니 반죽의 무게가 상당했다. 둥글리기 할 때와 펀칭 줄 때,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트(케이크 빵 반죽)를 칠 때, 거의 10kg이 넘는 믹싱 볼을 들어 올리는 일은 도저히 나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운동을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가 생겨버렸다!
오늘은 시간이 어떻게 간지도 모르겠다. 문득 시계를 보니 10시, 13시, 17시였다. 오븐을 맨 처음 볼 때의 그 느낌을 오늘 다시 받았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치는 이 느낌.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느껴지는 이 답답함이 싫었다. 때문에 오븐을 배울 때도 사소한 거 하나라도 다 적었고, 누구보다 빨리 외웠다.
나는 안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적어도 나는 그렇다. 자연스럽게 알아지는 것도 있겠지만 외워야 하는 것은 빨리 외워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 '잘 못하면 선배가, 부장님이 도와주시겠지'라는 마음 가짐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때문에 오늘 배운 것은 오늘 기록하고 정리하고 외워야 한다. 모르는 것은 다음 날 물어보고, 또 기록하고 정리하고 외우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 몸이 반죽을 좋아할 때까지.
오븐을 스스로 하게 되기까지 정확히 7일 정도 걸린 것 같다. 반죽은... 5일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