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가 되는 과정
반죽 3일 차, 열심히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던 도중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혹시 연락가능하실까요?' 바로 나의 부동산 1호기에 살고 계신 세입자였다. 빵 계량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문자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은 정확히 30분 일찍 출근했다. 아직 반죽 3일 차라 속도가 거북이이기에 조금 일찍 일을 시작해야 했다. 그렇게 반죽 3일 차의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던 도중,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혹시 연락가능하실까요?' 바로 나의 부동산 1호기에 살고 계신 세입자였다. 빵 계량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문자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의 부동산 1호기는 작년 6월 갭투자로 장만한 나의 첫 집이다. 갖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참아가며 모은 돈으로 20대에 마련한 나의 자산. 이 집을 산 걸 후회한 적은 없다. 그러나 가끔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데 한몫 제대로 하는 녀석이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 계약 만료일('24. 6월)까지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 집을 빼야겠다고 통보했던 세입자. 그리고는 다시 계약 만료일까지 살겠다고 말을 정정한 세입자였다. 당시 나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세입자께서 오늘 다시 연락을 해왔다.
'집을 또 당장 빼겠다고 통보하면 어떡하지', '다음 세입자가 안 구해지면 억 단위의 돈을 어떻게 마련하지', '다음 세입자를 구한다 해도 역전세면 돈을 또 투자해야 하는데, 이게 맞나?' 밀가루를 뒤집어쓰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댔다.
퇴근 후... 정말 전화하기 싫었다. but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손가락을 움직여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어쩐 일이세요?(속마음 : 제발 아무 일도 아니기를...)" 표정은 어두웠으나, 목소리는 밝게.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입자는 두 가지 제안(?)을 해왔다. 1) 12월 말까지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면, 내년 2월에 집을 빼겠다 2) 12월 말까지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다면, 그냥 계약 만료일인 6월까지 살겠다. but 8월에 다른 집으로 이사하니 7,8월 2개월간 월세로 살 수 있게끔 양해부탁드린다. 끝.
음... 머리가 안 좋은 건지, 아님 아직 내가 어린 건지... 항상 불리한 입장이 된 것 같은 이 느낌. 싫다. 쨋든 이번에는 나의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빼줄 수 있다고. 당장에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말할 수 없어 금주 내로 다시 연락드린다 하고 끊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는 말씀드릴 수 없었다. 왜? 엄청난 간섭과 잔소리가 들어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왜 투자를 했냐? 가까운 지역도 아닌 저 먼 곳을 어쩌자고 투자했냐?! 집 값 떨어진다던데...' 상상만 해도 더 머리가 아프다. 이번 일은 혼자 해결해야만 한다.
만약 투자하지 않았다면, 이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겠지? but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왜? 이런 걱정은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투자를 했기 때문에 흙수저가 집주인이 될 수 있었고,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이어질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의미 없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제빵사'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다주택자가 되어가는 과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