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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Sep 19. 2023

세입자한테서 또 연락이 왔습니다

다주택자가 되는 과정

 반죽 3일 차, 열심히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던 도중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혹시 연락가능하실까요?' 바로 나의 부동산 1호기에 살고 계신 세입자였다. 빵 계량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문자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주택자가 되어가는 첫 걸음

 오늘은 정확히 30분 일찍 출근했다. 아직 반죽 3일 차라 속도가 거북이이기에 조금 일찍 일을 시작해야 했다. 그렇게 반죽 3일 차의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던 도중,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혹시 연락가능하실까요?' 바로 나의 부동산 1호기에 살고 계신 세입자였다. 빵 계량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문자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의 부동산 1호기는 작년 6월 갭투자로 장만한 나의 첫 집이다. 갖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참아가며 모은 돈으로 20대에 마련한 나의 자산. 이 집을 산 걸 후회한 적은 없다. 그러나 가끔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데 한몫 제대로 하는 녀석이다.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 계약 만료일('24. 6월)까지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 집을 빼야겠다고 통보했던 세입자. 그리고는 다시 계약 만료일까지 살겠다고 말을 정정한 세입자였다. 당시 나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세입자께서 오늘 다시 연락을 해왔다.


 '집을 또 당장 빼겠다고 통보하면 어떡하지', '다음 세입자가 안 구해지면 억 단위의 돈을 어떻게 마련하지', '다음 세입자를 구한다 해도 역전세면 돈을 또 투자해야 하는데, 이게 맞나?' 밀가루를 뒤집어쓰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댔다.


 퇴근 후... 정말 전화하기 싫었다. but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손가락을 움직여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어쩐 일이세요?(속마음 : 제발 아무 일도 아니기를...)" 표정은 어두웠으나, 목소리는 밝게.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입자는 두 가지 제안(?)을 해왔다. 1) 12월 말까지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면, 내년 2월에 집을 빼겠다 2) 12월 말까지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다면, 그냥 계약 만료일인 6월까지 살겠다. but 8월에 다른 집으로 이사하니 7,8월 2개월간 월세로 살 수  있게끔 양해부탁드린다. 끝.


 음... 머리가 안 좋은 건지, 아님 아직 내가 어린 건지... 항상 불리한 입장이 된 것 같은 이 느낌. 싫다. 쨋든 이번에는 나의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보증금을 빼줄 수 있다고. 당장에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말할 수 없어 금주 내로 다시 연락드린다 하고 끊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이 사실을 부모님께는 말씀드릴 수 없었다. 왜? 엄청난 간섭과 잔소리가 들어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왜 투자를 했냐? 가까운 지역도 아닌 저 먼 곳을 어쩌자고 투자했냐?! 집 값 떨어진다던데...' 상상만 해도 더 머리가 아프다. 이번 일은 혼자 해결해야만 한다.


 만약 투자하지 않았다면, 이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겠지? but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왜? 이런 걱정은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투자를 했기 때문에 흙수저가 집주인이 될 수 있었고,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이어질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의미 없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제빵사'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다주택자가 되어가는 과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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