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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Nov 11. 2023

아파트를 통째로 사준다는 약속

돈 많이 벌어야겠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는 지금도 가끔 그때의 이야기를 꺼낸다. 10살 때쯤이었을까? 엄마와 둘이 길을 걷다 내가 약속했단다. "엄마, 내가 저 아파트 통째로 사줄게"라고(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배포 좋았던 그 아이가 어느덧 28살이 되어 시집을 간다. 상견례 때 입을 옷을 사 입으라고 용돈을 드렸다. 왜 이리 마음이 아플까? 아파트는 못 사드려도 시원하게 몇 백만 원 드리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 마음이 아프다.



약속 지킬 때까지 건강하시기를

 모든 엄마와 딸이 그렇듯, 나 역시 엄마와 각별한 사이다. 엄마보다 키가 커지고 덩치가 커질 때쯤, 나는 엄마를 '딸랑구'라 부르곤 했다. 지금 엄마의 별명은 '꼬꼬마 친구'다. 휴대폰에 저장된 엄마 애칭.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나'. 그걸 잘 알기에 멀리 시집가는 딸 입장에서는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 체구도 작고, 자주 아프시기에 더 걱정이 된다.


 11월에 아버지 생신이 있고, 12월에 상견례가 있어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다. 옷 한 벌 사 입으시라고. 나도 참... 돈 앞에서는 왜 이리 궁색해지는지... 이것저것 쓸 때가 많을 것 같아 고작 몇 십만 원 입금해 드렸다. 맘 같아서는 몇 백만 원 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가 안되더라. 이게 뭐라고. 맘이 너무 아프다.


 어릴 적에는 서른 즈음되면, 부자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그때는 넓은 마당이 있는 주택에 큰 강아지도 키우고 취미 삼아 농사도 짓는 그런. 그냥 돈 걱정 없는 그런 삶 일 줄 알았다. 그런데 서른 즈음되어보니, 돈 걱정이 더 많아져 버렸다.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에 셈을 하는 그런 삶이 되어 버렸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주 어릴 적 엄마에게 했던 약속이 있다. "엄마, 내가 저 아파트 통째로 사줄게"라고 했던 귀여운(?) 약속.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서운 약속이었다. 그래도, 무서운 약속이어도 다시 지켜보려 노력해 보련다. 지금은 몇 십만 원 밖에 못 드리는 딸이지만, 지금보다 더 큰 어른이 되었을 때는 아파트를 통으로 사드리겠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다시 다짐해 본다. 마흔 즈음에는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에 셈을 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엄마, 내가 저 아파트 통째로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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