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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Nov 14. 2023

누군가를 처음 가르쳤습니다

"내일부터는 노트랑 볼펜 챙겨 오세요"

   오늘 오랜만에 오븐 파트를 맡았다. 그리고 오늘은 오븐 파트를 맡게 될 신입의 첫 출근날이다. 즉, 내가 신입을 가르쳐야 하는 날인 것이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 이것도 노하우가 필요한 일인 듯하다.


나는 어떻게 배웠더라?

 어제와 오늘 몸이 좋지 않아 오븐 파트(원래는 반죽)를 맡았다. 오랜만에 보는 오븐, 이제는 덥다기보다는 따뜻했다. 벌써 11월이라니... 새삼 놀라웠다. 쨋든 오늘은 오븐 파트를 볼 새로운 분이 오는 날이기도 하다. 출근 시간 30분 전부터 와 계신 센스에 일단 합격!


 오븐은 오랜만이기도 하고, 더욱이 누군가를 가르쳐본 일이 거의 없어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 할지 순간 머뭇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보다 동생이라는 점(크게 상관은 없지만). 낯가리는 성격이라 뭐 하나 제대로 요청기도 힘든데, 어떻게 가르칠지... 이럴 땐 이름부터 물어봐야지!


 "오븐에서 빵이 나오면, 시럽 발라주세요", "10개로 팬닝 해주세요", "타이머 울리면 돌려주세요" 등 우선 간단한 것부터 요청했다. 혹여 오븐에 델까 봐 조마조마. 순간 일이 없어지면 나만 바라보는 눈빛. 뭔가를 가르치는 것도 부담이 되는구나를 처음 느껴본다.


 다행히 배움의 의지가 높은 아이라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웠다. 첫날이라 정신없었을 텐데, 끝까지 잘 보조해 주고 웃어주니 안심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빨리 일을 익히게 할 수 있을지, 얼마나 있으면 굽기의 완료점을 판단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노하우(?)를 전해줄 수 있을지... 고민으로 끝나는 하루였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전에 내가 그만한 지식과 실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베이킹이 뭔지, 왜 과발효되면 안되는지, 오븐에서 빵을 뺄 때 왜 탕 쳐야 하는지...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나조차 모른다면 훗날 내 사업장에서 누구를 가르칠 수 있겠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나부터 실력을 높여야 한다는 사실!




 비록 오늘은 어영부영 가르쳤지만, 다음에는 더 잘 가르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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