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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Nov 19. 2023

울산 쫀드기를 사주는 남자와 결혼합니다

진짜 결혼

 원래 계획은 아침에 청소하기였으나, 늦잠(6시 반에 눈 뜸)을 자버려서 준비하고 바로 나왔다. 두 시간을 달려 울산에 도착. 이곳까지 온 이유는 오늘 결혼 업체 상담이 있기 때문이다. 몇 개월 전부터 결혼을 약속하고, 벌써 신혼집 인테리어까지 들어갔으나, 오늘에서야 결혼이 실감이 났다.



잘 살아 봅시당

 울산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배 채우기. 울산 시장에 있는 길거리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순대, 부추전을 12,000원어치 먹었다. 요즘은 한 끼가 12,000원인데... 야무지게 잘 먹었다. 후식은 울산 특산물인 쫀드기. 말로만 듣던 울산 쫀드기를 실물로 영접했다. 전라도 사람이 울산 쫀드기를 먹어보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 남자친구 덕분에 이것을 2천 원어치나 먹었다. 10년 전에는 5백 원, 지금은 2천 원, 그럼 10년 후에는 8천 원...! 고로 지금 많이 먹어둬야 한다.


 여유 있게 오전을 즐기고 상담을 위해 웨딩 컨밴션 센터로 향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곳곳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우리는 바로 2층 상담실로 들어갔다. 급 조용해지는 분위기. 계약 내용을 안내받은 뒤, 웨딩홀 투어까지 마쳤다. 사실 결혼식에 대한 큰 로망이 없는지라 웨딩드레스만 한 벌 입어보면 된다는 주의였으나... 나도 사람이었구나. 예쁘고 화려한 웨딩홀을 직접 보니 야외 결혼식까지 (살짝) 탐이 났다.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진짜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복도에 보이는 드레스와 한복, 원래 이런 것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되게 예뻐 보였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여자구나. 상담 내용 정리를 위해 1층 카페에 갔다. 예산 정리도 하고, 일정도 다시 체크해 보고... 진짜 결혼을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진짜 결혼... 그러나 이 과정이 힘들어 봤자 얼마나 힘이 들겠나. 결혼을 하고 나서, 아이를 낳고 나서, 부딪히는 모든 일들이 사실은 진짜 힘든 과정이 아닐까? 대화 중 남자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아직 결혼한 사람들의 책임감을 모른다고' 인정이다. 아직 커플인 우리가 부부의 책임감을 어찌 알겠는가. 솔직히 그 책임감의 무게가 조금 겁나기도 하다. 아이를 낳게 된다면, 그 무게는 또 얼마나 클까.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그 무게를 '쫀드기를 사주는 남자'와 함께한다는 사실. 정~~~말 감사하다.




 "부부의 책임감,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고, 그냥 쫀드기처럼 질기게 사랑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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