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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 Jan 18. 2024

강력분 5kg을 버릴 뻔했습니다

아침부터 대형사고 쳤네요...

 아침 첫 반죽부터 대형사고를 쳤다. 쌀식빵은 강력분 대신 강력쌀가루를 사용하는데, 실수로 그만 강력분을 사용해 버렸다. 그것도 5kg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과장님을 불렀다. "과장님, 정말 죄송한데요. 쌀가루 대신 강력분을 넣어버렸어요." 옳거니 하고 화를 낼 줄 알았던 양반은 오히려 차분했다. 그리고는 "OO아, 다음에 니 빵집 할 때 이런 실수하면 반죽 버릴 생각부터 하지 말고, 다른 반죽으로 사용해. 지금 이거는 우유식빵으로 하자. 계량 다시 체크하고..."

 


사람은 실수(?)를 해야 배운다

 오늘도 기분 좋게(?) 빵집에 출근했다. 아침 7시, 깜깜한 새벽에 유일하게 불 켜져 있는 내(가 다니고 있는) 빵집. 마스크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고, 반죽 칠 준비를 했다. 매일, 가장 먼저 치는 빵 반죽은 쌀식빵이다. 가루를 믹서기에 넣고 물과 계란, 그리고 이스트를 계량해 넣었다. 분명 어제와 똑같았다. 분명 엊그제와 똑같았다. 그런데 왜 반죽이 하나로 뭉쳐지질 않는 것인가? 왜 색이 노란색인가? 그렇다. 계량실수를 한 것이다.


 아침 첫 반죽부터 대형사고를 쳤다. 쌀식빵은 강력분 대신 강력쌀가루를 사용하는데, 실수로 그만 강력분을 사용해 버렸다. 그것도 5kg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과장님을 불렀다. "과장님, 정말 죄송한데요. 쌀가루 대신 강력분을 넣어버렸어요." 옳거니 하고 화를 낼 줄 알았던 양반은 오히려 차분했다. 그리고는 "OO아, 다음에 니 빵집 할 때 이런 실수하면 반죽 버릴 생각부터 하지 말고, 다른 반죽으로 사용해. 지금 이거는 우유식빵으로 하자. 계량 다시 체크하고..."


 정말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그렇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대처법이겠지. 만약 오늘 과장님이 없었더라면 나는 반죽을 그냥 버렸을 수도 있다. '아, 오늘 망했네.'하고 멀쩡(?)한 반죽을 버렸겠지. 이래서 경험이, 짬밥이 중요하다고 하나 보다.


 그렇게 아침부터 정신없이, 아니 정신줄 제대로 잡고 일했다. 대형사고를 친 덕에 추운 겨울이 춥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훗날 내 빵집을 차렸을 때, 이런 실수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미리 남의 빵집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 다행...) 그러고 보면 실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실수를 했을 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기에.




그래도 내 빵집에서는 이런 실수하지 말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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