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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 달려본 남자 Sep 02. 2024

내 딸의 딸(2)

내딸의 딸이 집에 눌러 앉았다

내딸의 딸이 집에 눌러 앉았다.


유튜버 크리에이터인 딸이 사업관계로 사위와 함께 일주일 간 카자흐스탄으로 해외출장을 가기 때문에 아이를 맡겨 놓고 갔다. 

다른사람도 아니고 내딸의 딸을 보는데..

TV를 켜지 못하게 하여 좋아하는 '최강야구'와 'UFC'를 보지 못했지만 일주일 정도는 참을 만하다. 

그동안 잠시잠시 보아 낯설어하던 내딸의 딸이 이제는 품에 안겨 잠도 잘잔다. 물론 허리가 아파 "이건 산재다" 라고 농담도 했지만 1주일이 지나면서 제법 익숙해졌다.

딸아이와 사위가 귀국하는 날을 내딸의 딸과 나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디어 해외에서 출발 전날 딸아이에게 카톡이 왔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가 우려되므로 한국으로 귀국해서 내딸과 내딸의 딸이 접촉하면 안되도록 주의하자라고 하였다. 다음날 귀국한 딸이 수원에 있는 우리집에 아이를 데릴러 왔고 코로나 키트로 검사를 해보니 음성이 나왔지만 일단 작은 방에 딸을 격리시키고 마스크를 계속 쓰게 하였다.

그 다음날 다시 코로나 진단을 해보나 키트에 두줄이 나오면서 양성으로 내딸과 사위가 모두 코로나에 걸린 것이었다. 내딸의 딸에게 전염이 되면 안되므로 빨리 짐을 싸서 서울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려 보냈다.


내 딸의 딸을 남긴채....


이미 두번씩이나 코로나에 걸렸던 딸과 사위 였지만 이번 카자흐스탄에서 걸려온 코로나는 증세가 다소 심하였고 오래 간다고 하였다. 또 다시 1주일이상 동안 내딸의 딸은 수원 우리집에 남겨지게 되었다.

안으면 익숙해지던 허리가 다시 아프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이틀 후 코로나 증상이 아직 있지만 아이가 보고 싶다고 딸네 부부가 차를 타고 왔다. 접촉하면 안되므로 내딸의 딸을 아파트 주차장으로 데리고 가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내딸에게 보여주었다. 

그래도 자기 자식이 보고 싶었던 마스크를 쓴 내딸이 떨어져서 내딸의 딸을 보면서 '까꿍'하면서 애교를 부린다.

이게 뭔 생 이별인지.. 

내딸도 부모가 되고 보니 느끼는게 다른가 보다. 이모습을 보며 아내는 눈시울을 붉힌다. 

오면서 코로나가 나을 때 쯤인 2주 후에 일본과 카자흐스탄 출장을 가야하는 일정이 생겼다며, 서울 딸집을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아예 여기 수원집에서 자기일정이 끝났때 까지 내딸의 딸이 있는게 좋을 것 같다며 서울 자기집에 있던 애기 용품을 통째로 우리집으로 가져다 놓고갔다.


내딸의 딸이 태어난지 6개월인데 벌써 3주째 집에 와 있는 것이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시기를 보니 앞으로 최소한 1달이상은 있어야 한다. 이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내딸의 딸이 우리집에 눌러 앉은 것이었다.


은퇴후 여행은 이미 물 건너 가는 것 같다. 

'최강야구' 못 보면 좀 어때? 

우유를 먹이고 딸아이 딸을 안고 트림을 시킨 후 안아 재우는데 지난번보다 체온이 더 잘 오간다.

내딸의 딸인 손녀가 할아버지 품에서 이렇게 잘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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