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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 달려본 남자 Sep 11. 2024

내딸의 딸(3)

단둘이 지낸 40시간 같은 4시간

내딸의 딸과 단둘이 4시간

 

1. 은퇴 후 만난 최대 난감한 일


1박2일 지방 자문출장을 다녀오니, 아내가 내일은 모임이 있으니 4시간정도 집에 와있는 내딸의 딸을 혼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집에 온지 벌써 3주채.. 이제는 얼굴도 잘 알아보고, 자다가 깨어나서 얼굴을 봐도 울지도 않고 웃는다.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서 그러겠다고 하였다.


다음날 아내가 외출하고 내딸의 딸에게 장남감을 쥐어주고, 동요도 틀어주니 잘 논다.


1시간쯤 후 기저귀 색깔이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하여 기저귀를 갈아 주려고 내렸는데 

앗! 이건 엄청난 응아 였다.

기저귀가 벗겨진 채로 내딸의 딸이 움직이는 바람에 요에 응아칠을 하기 시작했다.

은퇴 후에는 처음겪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다. 머리가 굳기 시작했다.

이전에 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1~2분정도 어쩔 줄 모른채 정지해 있었지만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일단 안고, 세면대로 가서 적정한 물온도를 맞춘 다음 맨손으로 응아를 닦아냈는데 세면대 물이 노란색으로 바뀐다. 배수를 3차례 정도하니 물이 맑아진다. 응아 투성이가 요를 새로운 요로 찾아서 깔고 눕혔다. 

응아하니 배가 고프다고 우는 소리를 하여 분유를 타서 먹인다. 머리에서 땀이 흐른다. 내옷도 엉망이다.


두가지를 새로 알게되었다. 애기 응아도 냄새가 난다, 또 하나는 애기도 응아하면 시원해 한다.


2. 내딸을 재우던 것으로 내딸의 딸을 재우다.


우유를 잘먹고 잠투정을 한다. 안아서 재우려고 하는데 노래가 끈기면 울려고 한다. 내가 아는노래 다 불렀다.


그러다가 어릴적 내딸을 재울 때 '자장자장' 하면서 불러줬던 4음절 구전민요가 생각이 났다.

근처에 살았던 회사직원 동료 부인께서 직접 붓글씨로 써서 액자를 만들어 선물로 주신 것인데, 내딸이 어렸을때 안고서 이것을 읊어주면 곧잘 잠들었다. 기억이 애매했지만 80%정도는 생각나서 안아주면서 읊어줬다.


신기하게도 잠들기 시작 한다. 내딸의 딸이 내딸과 똑같다. 

손녀가 할아버지 품에서 잠이 들었다.


은자동아, 금자동아

수명장수 부귀동아

칠보천금 보배동아

채색비단 오색동아

천지건곤 일월동아

은을주면 너를살까

금을주면 너를살까

국가에는 충신동이

부모에는 효자동이

형제간에 우애동이

일가친척 화목동이

동네방네 유신동이

태산같이 굳세거라

막대같이 실하거라

(어제 창고에서 다시 찾아 본 선물로 받았던 구전민요 액자)


드디오 아내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4시간이 40시간 같았다.

응아를 구석구석 잘 닦아 줬냐? 어쩌느니...


빨리 집근처에 있는 이디야 커피숍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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