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딸의 딸 (19)

난생처음 제주도 가기(2)

by 좀 달려본 남자

제주도 호텔에 유아와 머물기


아내와 단둘이 제주도 여행을 하려다가 우리가 돌보고 있었던 '내 딸의 딸'을 데려가라는 내 딸의 저항으로, 내 딸, 사위가 같이 가는 여행으로 바뀌었는데 비행기좌석 예약할 때 "유아 좌석예약 안 하고", 보안검색 때 보여주는 "가족관계증명서" 문서가 진본이 아닌 '열람용'으로 문제가 있어 한바탕 소란을 겪은 후 어렵게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하여 렌터카에 올랐다.


내 딸이 처음으로 가자고 한 곳은 맘스키친이었다. 집이 아니기 때문에 '내 딸의 딸'이 먹을 이유식을 사야 하는데 다행히 제주시에 유아 이유식 전용카페가 있다고 하였다.

제주시 한적한 곳 있고 키즈카페도 같이 운영하여 잠시동안 아이와 놀면서 이유식을 구매하고 서귀포 쪽에 있는 해비치 호텔로 향하였다.


호텔체크인을 할 때 내 딸이 '내 딸의 딸' 어리므로 온돌에 있어야 하고, 또한 유아용 식사를 준비해야 하므로 조리가 가능한 리조트를 예약했다고 했는데 이런......

실제와 보니 온돌은 호텔만 있고 리조트엔 없어서 호텔 쪽으로 예약이 되었던 것이다. 내 딸이 예약사항을 대충본 것 같다. 그리고 호텔과 리조트 모두 지난해 리모델링을 하면서 조리는 불가능하게 되었단다.

난감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문의하니 식당에서 아기 음식물을 주면 데워준다고 하여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날 저녁 호텔 뷔페에서 집사람과 내 딸 그리고 '내 딸의 딸'이 식사하고, 나와 사위는 나가서 오겹살을 먹었다. 호텔 뷔페에서는 '내 딸의 딸'이 유아용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먹을 때 누군가는 항상 돌봐야 했다.

결국 아내가 '내 딸의 딸' 유아식을 먹이는 동안 내 딸이 식사 한 다음 교대하여 아내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옛날에 내 딸 키울때는 대충 키웠던 것 같은데 지금과 뭐가 다르지?

우리 부부가 머무는 방은 5층에 있었고, 1층 온돌인 내 딸의 방이 있어 여기서 '내 딸의 딸'이 머물기로 했다. 첫날 정신없이 보내서 우리는 일찍 올라가 잠을 자기로 하고 긴 하루를 마쳤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또 다른 일이 생겼다.

아직 쌀쌀한 날씨여서 내 딸의 온돌방에 체크인 한 오후 3시부터 난방을 틀어놓았는데 9시가 넘어가도 방이 따뜻해지지 않아 딸이 5번 정도 카운터에 확인을 요청하였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라'는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하다가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온돌 방바닥이 차가워 결국 다른 방으로 옮기는 일이 벌어졌었단다.

다음날 아침 내 딸에 가보니 이전방에 짐을 그대로 두고 새로 옮긴 방은 방이 2개나 되는 럭셔리 온돌이었다. 아마도 새벽까지 차가운 온돌에 있게 한 실수 때문에 호텔에서 업그레이드하여 옮겨 준 것 같았다.

이전방에 풀어놓은 아기용품을 옮기느라 여러 번을 왔다 갔다 하였지만 방이 넓으니 좋긴 하였다.


이틀째는 아침 호텔식당에 유아용 이유식들 데워달라고 식당에 요청하였는데 친절하게 잘해주어 내 딸의 딸과 아침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밭디카페'에 가서 조랑말 먹이 주기, 말먹이 주기 등 일정을 보냈는데 '내 딸의 딸'이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아 좋아하였다.

제주도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어른 4명이 내 딸의 딸에 얽매여 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제주도에 오니 좋았다.


세 번째 날은 아침부터 바람이 불면서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하여 '아쿠아플래니트'로 가기로 하였다. 여러 가지 해양동물들을 보니 '내 딸의 딸'이 좋아한다. 그런데 비가 오니 제주에 여행하러 오신 분들이 이곳으로 몰려 너무 차들이 많아 혼잡하였다.

저녁에는 근처에 있는 '제주정'이라는 갈치와 오겹살 하는 식당으로 이동하였는데 들어가기 전에 항상 먼저 물어보는 것 "아기 음식을 데워주실 수 있나요?" 였는데 친절하게 해 주겠다고 하여 들어갔다.

갈치를 간을 하지 않고 맛있게 구워주셔서 '내 딸의 딸'이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였고, 우리는 오겹살로 소주를 한잔하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바람이 많이 불었다.

오늘 제주공항 비행기들이 모두 결항이란다. 오늘이 토요일인데 다음 주 화요일 내 딸과 사위가 러시아로 출국인데 걱정을 하기 시작하였다


네 번째 날은 내 딸과 '내 딸의 딸' 모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으니 호텔에 있으라고 하고, 오전동안은 아내와 둘이서만 산책을 하면서 인근카페에 가 바다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돌아오는 길에는 농협마트에 들러 '내 딸의 딸'에게 줄 이유식을 만들어 줄 단호박등 채소재료들을 샀다.

호텔식당에서도 몇일 동안 있다 보니 알아서 조리를 맛있게 해 준다. 오후에는 호텔 옆에 있는 '제주민속촌'에 갔는데 겉보기와는 다르게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

그런데 입구에서 얼마가지 않아 '내 딸의 딸'이 소리치며 울기시작 한다. 잘 먹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응아가 너무 데져서 나오는데 아프다고 우는 것이다.

아이고! 부랴부랴 호텔로 돌아와 무사히 일을 마무리하였다.

사위는 일기예보를 보면서 내일 월요일 비행기가 제대로 뜰지 걱정이다. 제주도가 특이한 곳이긴 하다

결국 배는 정상출항하니 여차하면 목포로 배 타고 가서 KTX로 가라고 대안을 고민하였다.

인근에 있는 '거문여'라는 식당에서 무뚝뚝하지만 할머니들이 '내 딸의 딸'에게 맛있는 갈치구이 요리를 해주었는데 너무 잘 먹어서 결국 식당에서 갈치를 공급받는 동문시장 생선가게를 물어봐서 수원집에 가서 주문하기로 하였다.


다섯째 날 오늘은 집에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짐 싸고, 호텔 정산하고 '내 딸의 딸' 이유식까지 장전하고 공항으로 향하였다.

가는 도중 헉! 노루가 로드킬을 당해 다리를 다친 채로 도로 한가운데 누워있었다. 차들이 많지 않아 쌩쌩 달리는 곳이다. 내 딸이 112에 신고하니 이런 일이 자주 있나 보다. 경찰이 지난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단다.

경찰이 신고한 핸드폰 위치를 알고 있으니 바로 출동한단다. 비행시간 때문에 올 때까지 지켜주지 못하고 떠났는데 잘 구조되었을까?

공항에서 올 때 워낙 난감한 경우를 거쳐서 갈 때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체크인과 보안검색을 마칠 수 있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바람풍속이 12km/h 정도(14km/h정도는 결항우려) 되어 정상적으로 운항하였다.

내일 출국하는 내 딸과 사위는 공항에서 헤어지고 우리는 '내 딸의 딸'과 수원집으로 돌아왔다.

내 딸은 2주 후에나 돌아온단다.


어쨌거나 '내 딸의 딸' 밥 걱정만 기억나는 제주도 여행이었지만 '내 딸의 딸'과 이제는 비행기를 탈 수 있다. 큰 산을 하나 넘었다.

기왕이면 해외도 한번 같이 나가볼까? 아내가 절대 안 된다고 손사래를 크게 친다.


집에 와서 멍하니 있다가 짐을 정리하다 보니 '내 딸의 딸'이 유모차 태워서 나가자고 바지를 잡아 끈다.

맞다. 2주간 내 딸이 없지! 아! 다시 시작이구나!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15개월째 들어가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해외사회환경과 자동차(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