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엔 완성해야 할 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완성해야 하는 글은 내가 많이 사랑했지만 먼저 떠나보낸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음속엔 내가 사랑하기도 관심이 생기기도 한 사람들의 소식이 나를 지긋하게 눌러오고 있었다. 사랑했던 이와 관심이 생긴 사람의 공통점은 글을 쓴다는 것이었다.
1. 사랑했던 이는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다. 나는 그의 브런치를 통해 소식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함께 남아있던 단톡에 누군가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소식을 전해올 때 그는 늘 그렇듯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얼굴 한 번 보고 싶다고 모임약속을 만들기도 내 소식에 간간히 DM을 보내며 장난처럼 인사할 뿐이었다.
우린 둘 다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2년간 접으려 해도 자꾸 향하던 그에 대한 마음을 어렵게 접었다. 좋아했었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난 그의 행복을 빌어줄 만큼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2. 글을 계속 쓰는 사람. 자신의 시간을 열심히 살아낸 사람. 죽음 기억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 관심이 갔다. 그리고 관심이 가기 시작하니 그가 뱉은 문장들이 마음에 들어왔다. 그는 나에게 가벼운 호감을 보였다. 내가 입고 간 옷이 공주 같다고 더 재밌게 시간을 보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 눈을 보며 자신은 해바라기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우린 미리 세운 계획대로 더 이상 만나지 못했다. 어느 날 잠잠하던 그의 브런치에 새 글이 올라왔다. 이성적인 사람이 감정이 많이 필요한 날처럼 보였다.
며칠 후 그의 생일을 맞아 어색한 안부와 함께 선물을 보냈다. 그는 회사일이 바빠졌다는 멘트와 함께 계획했던 모임을 못하고 있다고 알리며 대화를 끝냈다. 그리고 날이 좋으면 같이 보자던 단톡을 나갔다. 그렇게 호의이자 예의였던 내게 불어오던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브런치의 잘못은 아니지만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알 수 있던 그들의 브런치. 그들은 모르는 나의 브런치.
그렇게 잡생각이라 정의 내리고 머릿속에 맴돌던 써야 할 글에 집중했다. 소설로 감춰보려 했지만 글을 쓸수록 떠나보낸 가족과의 추억, 살고 있던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그들이 느꼈을 감정에 빠져들어버렸다.
문단을 쓸 때마다 울음이 나려 했지만 카페에서 울 순 없었다. 한 문단을 남기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남아있는 힘을 짜내 마지막 문단을 완성했다.
글을 완성한 후 화장실에 갔다. 손을 씻고 나오는 길에 갑자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고 하염없이 울게 내버려 두었다.
지금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좀 더 파고들면 진짜 사랑하는지는 모른다. 그저 사랑한다는 감정이 주는 설렘과 도파민에 빠져 하늘에 떠있는 듯한 기분을 잃고 싶지 않았다. 매일 그렇게 살고 싶었다.
툭하고 쳐서 여긴 나락이라고 인지하고 싶지 않아서, 외로움에 지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안정제를 투여하듯 말이다.
문득 감정에 대한 판단이 적나라하게 일자 나는 무너졌다. 사랑에 기대어 살고 있었다. 슬프면서도 슬프진 않지만 눈물은 날 수밖에 없었다.
예쁜 자개모빌 소리가 들려오는 골목길을 상대방 하고 손잡고 걷고 있었다.
분명 같이 걷고 있었는데 내가 보던 모니터 화면을 한 장 넘기니 나 혼자 걷고 있었다.
그렇게 괜찮다 하면서 필요하면 모니터 화면을 진짜라 믿으면서 혼자 걷는 중이었다.
이 모든 게 하루에 밀려온 날. 나답게 감정에 젖어든 날. 사랑에 기대어 버텨온 것을 깨달은 날. 나는 무너졌고 한참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