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아 Aug 08. 2023

로또까지 되면 올해 완전 핀다.-2

지옥문 코 앞에서 열린 다른 문

수면제, 온몸을 관통하는 신경통에 얼굴 경련이 오기 시작하자 나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 일이 있고 아차 하던 표정을 짓던 나에게 존댓말을 쓰기 시작한 그러나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그에게 대화를 신청했다. 


역시 그는 자신의 행동에 변명하지 않았다. 변명이었다 해도 나는 그를 알고 나의 관찰력을 믿었다. 별 수 없었다. 말을 걸기 전에도 인정했지만 내가 무너졌단 사실은 뼈아프게 인정할 것. 그리고 그의 행동은 실수로 받아들일 것. 


그가 더 이상 내 상황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거란 기대는 조금도 남기지 않았다. 내가 눈으로 보고 믿을 기회는 이제 없기 때문이었다. 이후 내가 그에게 거는 것은 자기 자신의 삶의 변곡점에서 그가 본인을 위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나는 이미 사활을 걸어 사람을 지켰기 때문에 그가 어떤 선택을 해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던 후회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내 선택에 의한 최선이었으므로. 


대화가 끝나고 나니, 증상은 조금씩 하나씩 천천히 사라져 갔다. 


지옥문 코 앞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지옥행 낭떠러지에 서있던 몸뚱이를 누가 밧줄로 걸어서 뒤로 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와줄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요. 제가 힘닿는 데까지 지켜줄게요!"-내가 자주 가던 빵집 사장님


"야, 생각해 보면 너 올해 헌팅만 3번째 당했잖아. 그냥 기세가 좋다고. 힘내라고"-자기가 더 힘든 시기를 보내던 친구


"너무 힘들겠어요. 그 사람들 알아서 망할 거예요. 그대로 둬요."-독서모임 참가자


그들은 힘이 풀려 낙하하려던 나를 다시 절벽 뒤로 영차영차 끌어올렸다. 내가 쌓아 올리고 그들이 다시 내민 믿음이었다. 


부서진 마음가루를 조심히 쓸어 모아 다시 지으면 된다고 말해주는 이들이 앞으로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내 인생에 운명처럼 겪었어야 할 성장통이었다. 


나를 위해 친구가 잡아준 댄스공연을 보고 와서 즉시 댄스공연팀원 중 가장 맘에 드는 사람이 하는 클래스에 등록했다. 역시 내가 가고자 하는 경지에 도달한 사람의 실력은 어마무시했고 그 속에서 나는 뚝딱뚝딱했다. 


p.s 11시까지만 쓰기로 결심했으므로 3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로또까지 되면 올해 완전 핀다.-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