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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찰스 Jun 11. 2016

답답한 마음에

이별 편


그 날 밤, 나는 지독히도 끈적이는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생각은 너무도 선명했기 때문이고, 마음은 너무나 흐릿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인지부조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데, 다만 부조화의 주체가 사랑이었음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었었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이별을 결심했다. 그리고 곧장 실행에 옮겼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했다. 그러니까 마음이 아니라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이별을 결심한 것인데, 마음은 아직도 그동안의 관계를 붙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 하자면 사랑의 대상을 놓고 싶지 않음이었다.)

머리는 이 미련스러운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러한 이유로 조금 더 독한 생각, 독한 말, 독한 행동들을 그에게 쏟아내며 마음을 설득하려는 중인 것이다.

그러나 머리가 그때의 사랑과 시간들을 더럽히려 할 수록 마음은 심하게 반발하며 죄책감과 자괴감, 또 보고싶음 정도의 답을 전해 온다.

뭐 이러한 과정들을 노트에 적어 이 글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 비웃음을 살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이렇다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그는 내가 이렇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분명히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별은 이쪽에서만 진행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득 궁금함이 생긴다. 대체 저 건너 편에서 진행 되고 있는 이별은 얼마나 수월 할까. (이 부분에선 굉장히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든다.)

시끄럽고 고통스러운 생각과 마음의 전쟁 중에, 기록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생각하여, 적었다. 이렇게라도 나는 마음을 풀어야 살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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