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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의 강릉/대관령 여행에 대하여

by 여립

최근 강릉과 대관령에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첫 째날에는 강릉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대관령에 있는 숙소에서 쉬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 다시 강릉으로 내려와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강릉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렌터카를 빌리는 것이었다.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차를 타고 "감자바우"라는 식당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감자 옹심이와 장칼국수, 감자전을 먹었다. 우리가 갔을 때 가게는 꽉 찼고,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대기 줄도 생겼다. 음식이 나와 먹어보니 줄을 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감자 옹심이는 그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낯설면서도 기가 막혔다. 국물도 깊고 진한 맛인데, 지금까지도 생각이 날 정도로 맛있었다. 감자전은 약 8000원 정도로 저렴했지만, 순수하면서도 이상적인 감자전이라고 할만했다. 장칼국수는 앞선 감자 옹심이와 감자전을 해치운 뒤에 나와서 배불러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국물 맛이 칼칼하면서도 시원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안목해변에 있는 카페로 이동했다. 안목 해변은 사람이 너무 많고 따라서 차도 너무 많았기에, 주차할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겨우 찾은 한 자리에 주차를 한 후, 해변이 잘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셨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해변을 걷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카페 안에서 내다보는 해변의 경치는 마음을 탁 트이게 했다.

원래는 강릉에서 더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으나, 날씨가 너무 더워서 좀 더 시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관령으로 이동했다. 대관령에서 향한 곳은 발왕산 케이블카 탑승장이었다. 이 케이블카를 타고 30분 정도 올라가면 잘 관리된 산속 트래킹 코스가 있다. 나무 데크로 조성된 코스인데, 유모차를 끌고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그리고 고도가 높은 데다 나무 그늘 사이로 걸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찌는 듯한 여름에도 나름대로 시원하다. 이 코스를 걸으면서 바라보는 풍경은 산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경이다. 그리고 길 곳곳에서 오래되고 신기한 모양의 나무들을 구경할 수 있다. 나무에 대한 설명을 글로도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 오디오로도 들을 수 있다. 이 트래킹 코스를 모두 걸을 경우 3km 정도를 걷게 되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걷다 보면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에, 케이블카 하차장에서 음료를 사가지고 간 것이 도움이 되었다.

대관령에서는 회사 수련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 수련관에 간 것은 처음이었는데, 시설이 생각보다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다음 날 차를 타고 다시 강릉으로 내려와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고래책방이라는 서점이었다. 약 4층 정도의 큰 서점이자 문화공간, 카페이기도 한 이곳은 단연 강릉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릉 및 강원도 출신 작가들의 책들이 한 데 모여 전시되어 있었고, 그 외에도 책들의 묶음 및 배치에 꽤 신경을 썼다는 인상을 주었다. 만약 이 공간이 언젠가 어떤 이유로 없어지게 된다면, 강릉 사람들의 마음 한 구석이 분명 헛헛해지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서점을 나온 뒤에는 "무명"이라는 이름의, 강릉과 관련한 독립영화를 보여주는 공간에 갔다. 작은 주택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이곳은 정겨운 분위기를 풍겼다. 다만 이곳에서 본, 러닝타임이 20분 정도 되는 영화는 개인적으로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그 점은 아쉬웠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서, 고성생선찜이라는 가게로 향했다. 웨이팅이 있어서 20분 정도 대기 후 들어간 가게는 꽉 차 있었고, 우리가 주문한 가오리찜이 나와 먹어보니 역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가오리찜은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하얀 가오리 살은 부드러우면서도 전혀 비리지 않았고, 먹을 것도 꽤 많았다. 매콤한 양념은 중독성 있었고 밥과 잘 어울렸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관광지에 있지도 않고, 로컬 사람들이 많이 살만한 지역에 있는 데도 가게가 꽉 차는 이유는 순전히 맛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강릉/대관령 여행은 1박 2일 여행치고는 꽤 알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엄청난 더위 때문에 경포호수, 경포습지를 가지 않은 것이 좀 아쉽다. 그리고 웨이팅이 너무 길 것 같아서 짬뽕순두부를 먹지 않은 것도 조금 아쉽고,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아르떼미술관도 한 번 가봤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발왕산에서 시원하게 산책한 것과, 맛있는 감자 옹심이와 가오리찜을 먹은 것만으로 이 여행의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여름 국내 여행지를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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