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이별후에 09화

이별후에 08

지8화 환승연애

by 박바로가

제8화 환승연애


어쩌면 나는 무리하게 그를 선택한 댓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를 사귀기 전에 나는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었다. 장이수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차분하고 말 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훤칠하고 외모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동호회에서 알게 된 김지윤이라는 남자에게 더 끌리게 되었던 것 같다.

아마 지윤씨가 적극적으로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면 난 이수씨와 지금쯤 결혼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이수씨의 조용함보다는 지윤씨의 적극적인 공략에 이끌렸을지도 모른다. 이수씨와도 3년간 사귀었다. 이수씨는 항상 나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이수씨는 나에게 친구로 남아있다.

그런데 우연히 들어간 디카시 동호회에서 알게 된 지윤씨는 내가 연애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도 나에게 여러 가지 공략을 했다. 꽃을 사준다든지, 커피를 단둘이 마시려는 기회를 만든다든지, 선물을 한다든지, 나를 만나러 회사 근처까지 온다든지, 카톡을 자주 보낸다든지 등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면서 나를 특별한 여자로 만들어줬다.

나는 그 기분을 즐기면서 다시 연애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수씨와는 다른 적극적인 모습과 로맨틱한 모습이 내 마음을 몹시 흔들었다. 이수씨와 난 너무나 익숙한 커플이었고 여기서 갑자기 나타난 그는 몹시 자극적인 구애자였다. 어쩌면 지윤씨는 내가 이수씨와 자기 사이에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즐기는 지도 몰랐다.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공략하면서 난공불락의 성을 침략하는 재미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사귀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지윤씨는 뭔가 불가능한 일을 할 때 즐거워하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쉽게 넣은 것들은 그에게는 아무런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그는 무엇이든 공을 들여 천천히 함락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그의 수중에 들어간 프로젝트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무엇이든간에 한번 그의 것이 되면 그는 몹시 즐거워하면서 큰 자부심을 느끼다가 어느 순간에 성취물을 자랑거리로 전락시켰다.

나의 경우에 내가 환승연애를 하자 그는 나를 다른 동호회에 두 군데로 데려가서 나를 소개시켰다. 나는 그가 나를 연인으로 인정해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것은 나를 새로 얻게 된 전리품으로서 나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나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그 곳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을 쏟으면서 오랜만에 발걸음을 한 그에게도 환영의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여러 모임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중에 뜸해진 모임으로 나를 잠깐 데려갔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나와 사귀기 전의 그를 몰랐고 지금도 그를 모른다. 한 가지 아는 것이 있다면 그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얻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에게 인간관계는 나와는 달리 매우 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사람은 그냥 손쉬운 대상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나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것도 카톡으로 이별을 고하고 나를 그렇게 쉽게 카톡에서 삭제시킬 수 있었을까... 나는 그에게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가 이수씨를 버리고 그를 선택했기 때문에 이런 고통을 받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아주 큰 벌을 받게 된 것 같다... 이수씨의 마음을 아프게해서 나도 똑같이 벌을 받는 것이다. 아주 지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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