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이별후에 08화

이별후에 07

삭제

by 박바로가

제7화 삭제


그와 헤어진 후 2주 동안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오늘 아침에 알았는데, 그는 같이 공유했던 밴드에서 날 강퇴를 시켰다. 내가 찍어 올렸던 사진도 많았고, 디카시 아이디어도 많이 올렸는데... 그가 나를 자신의 밴드로 초대했기 때문에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나는 물론 그와의 인연이 끝났기 때문에 그 밴드에서 나와야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고 오늘 그 일이 내 의지와 상광없이 벌어졌다.

같이 함께 놀러갔던 추억의 장소들이 머리속에서 스쳐갔다. 함께 식사했던 음식들도 뇌리를 스쳐갔다. 함께 같이 만난 사람들의 선한 미소가 생각났다. 어쩌면 나는 지난 추억을 너무나 미화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이 사라진 이 시점에 나는 그것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내 머리를 쥐어짜듯이 미친 듯이 내 머릿속에 가둬두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밴드계정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같은 동호회 카톡에 이름이 있었다. 나는 그 방에서 나올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고민하다가 당분간 그의 불쑥 보내는 사진 메시지에 마음을 테러당하지 않으려고 그의 아이디를 차단해놓는 일만 했다. 그러다가 내가 한 일이 좀 치졸한 것 같아 그를 차단한 것을 풀어줄려고 카톡방을 봤다. 여전히 그의 이름은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얼굴을 넋이 나간 듯이 바라보다가 나는 한순간 로맨틱한 생각에 휘둘렸다.

‘그래, 나중에라도 불쑥 문자를 보내면 내가 알아 볼 수 있게 배경음을 바꿔놓자.’

아이디를 클릭하고 1:1채팅을 클릭한 후에 오른쪽 상단 가로 세줄 표시를 눌러서 톱니바퀴모양의 채팅방 설정에서 현재 채팅방 알림음을 ‘카톡’에서 ‘카톡왔숑’으로 바꿔보려고 했다. ‘카톡’이라는 딱딱한 보통 알림음보다 ‘카톡왔숑’이라는 귀여운 말로 바꿔두고 싶었다. 나도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메시지에 차별을 두고 싶었다. 예전에는 ‘카톡카톡’으로 알림음을 해놨었다. 하지만 내 마음이 다치고 나서는 그의 메시지가 울릴 때 귀여운 말이라도 나오게 해서 내 스스로 경계하고 한편으로 내 스스로 위로를 받는 느낌으로 그렇게 하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톱니바퀴 모양의 채팅방 설정을 찾으려는 그 때 그 톱니바퀴 모양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그 때는 잘 알지 못했다. 다시 그와의 1:1 채팅 모드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채팅모드를 확인하다가 감을 잡았다. 그것은 그가 나를, 아니 나의 아이디를 카톡상에서 삭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드디어 올게 왔구나’

다시 내 뒷목에 나있는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기 시작했다. 어깨는 마치 수많은 작은 고드름으로 수차례 맞은 것처럼 차가움과 열감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머리 속은 순간 하애졌고 그 다음 순간 머리는 멍해졌다.

“여기까지 인가봐.”

라는 그의 마지막 말의 파장은 결국 나의 아이디를 삭제하는 그의 만행까지 이어졌다. 어차피 같은 카톡방에 있어서 내 이름은 뜰텐데. 참으로 냉정한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같은 동호회를 나오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혹은 동호회에서 나가 버린다면... 혹은 내가 그에게 메시지를 다시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 세가지 가정이 다 맞아버린다면.... 나는, 아니 나의 아이디는 그에게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된다. 그러면 나는 지구상에 살고 있지만 한편으로 누군가에게는 아예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자작소설 #창작소설 #존재 #삭제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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