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꿈
제 9화 꿈
이수씨와 똑같이 생긴 남자와 나는 옛날 복장을 하고 서로 사랑의 언약을 나누고 있었다. 이수씨는 다정한 모습으로 나에게 꽃을 따서 내 머리를 꾸며주기도 했다. 나는 얼굴을 붉히고 이수씨의 디정한 눈을 피하고 있었고 이수씨는 그런 나의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말을 부드럽게 건넸다. 그런 사랑스러운 나날들이 화려하게 핀 복사꽃과 함께 사라지고 이수씨는 어느새 복장이 전투복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국경 성 근처에 침입한 적국의 군인들과 싸우러 가야 했고 나는 그의 생사를 걱정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커다란 손은 나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나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말을 타고 떠나는 그를 뒤로 한 채 나는 손수건에 눈물을 적시었다.
그가 떠나고 한 달이 흘렀다. 국경에서 소식은 아주 드물게 간간히 오고 있었다. 나는 매일 불안한 마음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그 날은 절에 그의 무사귀환을 빌기 위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흉흉한 민심 때문인지 가는 길에 시비를 청해오는 동네 어귀에 사는 건달들 두세명에게 둘러 싸였다. 당황한 나와 내 몸종은 둘 다 어찌해야 할바로 몰랐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건달들을 쫒아주었다.
“괜찮으신가요?”
익숙한 음성이 내 귀를 파고 들었다. ‘지윤씨?’ 나는 과거에 살면서도 그의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챘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의 걱정하는 얼굴이 보인다. 그의 긴 속눈썹은 수심이 깔려 있어 보인다. 지윤씨의 얼굴이 걱정하는 감정으로 나를 쳐다보니 내 마음이 요동친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나는 가까스로 목소리를 짜내서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요새는 멀리 다시실 때 장정들을 데리고 다니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나에게 충고를 해주고는 그 자리를 떠나는 대신 나와 함께 동행을 해주었다. 나는 그의 다정함이 좋았다. 몇마디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는 절까지 동행해주고 절에 있는 장정인 머슴에게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라고 일러주고 떠나려 했다. 그래서 나는 빨리 몸종에게 눈짓을 해서 그의 신상을 물어보게 했다.
“도련님은 어디 사시는 뉘신가요?”
“건넌 마을 배나무가 세 그루 있는 집에서 사는 송가라고 하오.”
“오늘 일은 정말 고맙습니다.”
“사내라면 응당 도와야 할 일이지요. 불공드리고 가실 때 꼭 저기 장정과 같이 가십시오”
그가 나에게 해 준 배려에 나는 무척 감동받았다. 그는 서둘러 돌아가려고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지만 나는 그를 자꾸 붙잡고 싶었다. 그것을 몸종이 눈치챘는지 그에게 말을 붙였다.
“여기 아씨는 이 마을 목가의 여식이시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그러자 그는 잠깐 나를 돌아보더니 짧게 말을 건네고 가볍게 목례를 하고 갈 길을 갔다.
나는 그와의 짧은 조우에도 마음이 두근거렸다. 나는 여전히 그를 좋아하는 걸까? 뭔가 비현실적인 이러한 공간에서 만난 그를 나는 왜 이렇게 반가워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내 마음은 이리도 좋은 것일까? 나는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나?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개짓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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