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다
제5화 음악
“카톡왔숑”
작게 음이 울렸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바로 답장이 오네’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올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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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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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해서 좋다고 말해주지 않는데 이번 곡은 정말 맘에 들었나 보다.
피천득의 손자, 스테판 피 재키브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번호 64. E 마이너의 선율이 애틋하게 울리는 묘한 여운과 감동이 있는 곡이다. 음악을 전공한 친구에게 섬세한 곡을 선곡해달라고 부탁해서 얻은 곡이다. 스테판 피 재키브는 피천득 문학가의 손자이다. 예술을 읽어내는 섬세함이 그의 바이올린에서 묻어난다. 끊길 듯 이어질 듯 감미로운 바이올린 소리가 심금을 쥐어짠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묘한 울림과 떨림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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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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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이 없다. 아마도 바쁜 듯하다. 사실, 대화를 카톡으로 길게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내가 그에게 어떻게 말을 유도해야할지, 어떤 말을 해야 그가 좋아할지 잘 모르겠다. 사실 3년째 사귀었어도 그의 취향과 취미를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나를 잘 읽었다. 내가 토라졌을 때나 내가 무엇인가 좋아할 때를 잘 읽었다. 나처럼 음악을 링크해서 보내지는 않지만 나를 만났을 때 음반을 건네준 적도 있다. 그리고 그 음반은 놀랍도록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음악으로 빼곡이 차 있었다.
‘그는 어떻게 나를 잘 알까?’
몇 번 궁금해하긴 했다. 아마도 그는 여자의 마음을 잘 읽는 것일까? 나를 관찰을 잘하는 것일까? 아님 의외로 여자를 많이 알고 지내는 것일까? 누나나 여동생이 코치를 해주는 것일까? 그 동안 여자친구가 많이 있어서였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든 저렇게 생각해보든 그는 여자를 잘 아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 그렇게 알맞은 타이밍에 적절한 선물을 하거나 적절한 멘트를 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마냥 다정하지만도 차갑지만도 않은 그는 마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의 사탕의 요정, “클라라” 같았다. 어릴 때 좋아했던 음악인데 클라라를 연기한 발레리나가 무대를 탐험하듯 발을 쫑긋거리며 우아하게 무대를 활보하는 모습이 섬세하게 숨겨진 그의 묘하게 세련된 연애 태도에서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사뿐거리며 다리를 우아하게 뻗으며 돌리는 다리의 자세와 무용수가 입은 발레복은 어린 나에게 환상을 심어줬었다. 어쩌면 그도 나에게 연애라는 환상을 그렇게 심어주고 있는지 몰랐다. 그에 잘 대해서도 모르고, 그를 어떻게 대해야 좋을지도 모르고,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해줄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냥 그의 리드에 나를 맡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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