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자동차
제3화 자동차
나는 가끔 거리에서 그가 몰던 차 종을 보면 괜히 나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린다. 안도감일까? 뭔가 모를 그리움일까? 나는 뭔가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그와 나는 동호회를 핑계로 여기저기 같이 붙어 다녔다. 동호회 사람들 모르게 단독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라 스릴감도 있었다. 자동차 안에서 우리는 누가 봐도 다정한 연인이었다. 서로의 근황을 물으면서 시작하는 의례적인 행위부터 서로를 가볍게 터치하며 애정을 과시하는 모습도 있었고, 친한 친구처럼 서로의 일상을 고백하며 농담 섞인 이야기까지 나눴다.
간혹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스개스러운 평가가 있고 한바탕 경쾌하게 웃기도 했다. 차 안에 있을 때 그는 참으로 다른 사람 같았다.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그는 누구 봐도 유쾌하고 경쾌한 남자였다.
우리는 종종 같이 재미난 쇼츠를 같이 보기도 했다. 그와 함께 먹방 쇼츠, 패션 쇼츠, 귀여운 동물 쇼츠, 섹시한 여자들 쇼츠 등을 보곤 했다. 내가 맨 처음 먹방 쇼츠를 볼 때는 조금 어색했다. 먹방을 그닥 좋아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의 취향대로 따라 보는 내 자신이 어색했다. 패션 쇼츠나 귀여운 동물 쇼츠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어서 같이 시청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데 그가 보여주는 섹시한 여자들이 나오는 쇼츠는 나의 신경을 여러 가지 면으로 긁어댔다.
물론 그에게 전혀 내색하지는 않았다. 소위 말하는 속 좁은 여자나 쉽게 질투하는 여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같이 감상하면서 “이 여자 참 피부가 좋네,” 혹은 “몸매가 참 예쁘네.” 등의 말들을 아무렇지 않은 듯이 건냈다. 내가 이렇게 말을 하게끔 만든 그가 몹시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몹시 흥미롭게 쇼츠를 보고 있었다.
그는 예쁘고 섹시한 여자들을 보면 흥분이 된다는 말도 서슴치 않고 했다. 남자는 시각에 몹시 약한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치 그 말은 내가 그에게 섹시한 존재로 거듭나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요하는 말인 것 같았다. 내가 긴장해서 아무런 댓구도 못하자 나의 눈치를 본 것인지 나에게 이렇게 소곤거리기도 했다.
“애리도 많이 예뻐진 거 알아?”
통상적으로 그냥 띄우는 말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내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던지는 그의 플러팅의 한 가지였지만 그 때 나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의 달콤한 말에 매달렸다.
지금 지나고 보면 나는 참으로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나는 그의 말에 끄달렸을까? 그의 달콤함에 매번 속으면서 관계에서 속상한 내 마음을 달래곤 했었다. 그의 말이 오히려 비수처럼 내 마음을 더 자주 아프게 했다면 이별이 더 빨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달콤한 말에만 매달려 다른 감정들을 돌보지 못했다.
그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고 내 자신을 돌보지 못했음에도 나는 도대체 왜 그의 가벼운 플러팅같은 말에만 빠져 있었을까?하고 내 자신을 원망해보기도 한다. 나는 너무 미련하고 내 마음에 너무 어리숙하기만 하여 그가 나를 한 인간이나 여자로 대접해주지 않아도 참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모른 척하며 쿨한 척하고 멋있게 보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왜 이별 후에는 모든 일들이 구체적이면서 개인적이고 객관적인 사실로 나를 향해 내리 누루는지 모르겠다. 너무나 늦게 받아들야 인정한 사실들이 내 마음을 이중으로 조인다. 나는 아마도 아직도 그의 차 공간에 갇혀 내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는 그에게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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