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헤어짐
헤어짐
일을 하고 있는데 오후 4시쯤 문자가 왔다.
“힘들다고만 하니 부담스러워.”
“여기까지 인가봐.”
지극히 그 사람같은 문자. 문장의 주어도 실종된 문자. 나에게 뭐가 힘든지도 묻지 않는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문자. 그래도 자신의 지금 심정을 남겼다. “부담스러워.” 그 동안의 우리 만남이 내가 힘들다는 말 몇 번 한 뒤, 부담스럽다는 말로 끝낼 관계였다니...
놀라움이 적잖이 크다.
그에게는 나의 내적 갈등은 그에게 전혀 궁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자신의 감정인 “부담스러워”만 있을 뿐이다. 내가 존재임을 배려받지 못한 느낌이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우리가 힘든 이유조차 묻지 못할 사이였나?
아직 일이 끝나지 않은 시간이지만 마음이 뒤숭숭해 나도 모르게 옅은 한숨을 쉰다. 머릿속에 경련이 일고 목은 메여 말이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받은 메시지가 그가 보낸 것이 맞는 건지 여러 차례 확인했다. 간단한 문자로 관계를 정리했다는 것도 놀라웠다.
무엇보다도 내가 힘들다고 한말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무정한 답장한 그가 제시한 이별이라 더욱 놀라웠다. 특히 그가 다른 사람을 온라인 상태에서 찾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는 터라, 힘들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이 기회에 ‘옳다구나’ 하여 나를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되니 더욱 더 내 마음이 크게 상하게 되었다.
그 동안의 시간은 의미도 없었는지 “여기까지 인가봐”라는 전혀 포용력의 여지가 없는 말투도 내 소뇌에 쥐가 나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이 짧은 두 개의 문장은 내 뇌를 관통하며 뇌를 잠시 마비상태로 몰고 가기 충분했다. 숨도 쉬어지지 않고 내가 내 눈을 의심하며 이 두 문장을 자꾸 읽어 내려갔다. 이미 그의 마음이 떠난 것을 알았기에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보냈다.
“이해해”
“잘 지내”
도대체 나는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일까. 그의 마음이 이미 떠났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가 우리 만남을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을 이해한 것일까? 그리고 나도 모르게 오지랖도 넓게 이해한다는 말은 왜 불쑥 꺼낸 것인가? 그리고 “잘 지내”라고 선심 쓰듯이 툭 뱉은 이 말은 무엇인가? 나는 끝까지 쿨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것일까? 그 아니라도 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듯 말해버린 걸까? 나는 참으로 복잡한 심정이었다.
내가 그를 붙잡아야 했을까? 아니야. 그의 마음이 떠났으니 붙잡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이별에 나는 별로 큰 선택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쩌면 그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이미 이별의 유예기간이 결정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그가 이 연애의 시작도 끝도 다 결정권을 쥐고 있었다.
나는 결코 매력적인 여자가 아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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