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이별후에 03화

이별 후에 02

천사 커피숍

by 박바로가

제2화 천사 커피숍


오늘은 우연히 그와 잘 가던 천사 커피숍에 퇴근길에 들렀다. 결코 그를 추억하기 위해 발걸음을 그쪽으로 돌린 것은 아니었다.

평소에 그를 기다릴 때 앉던 곳을 피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몇몇 사람들이 장내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자리는 내가 평소 잘 앉던 자리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생각해보면 항상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가끔 저 자리에서 나는 바람을 맞곤 했었다. 2시간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던 적도 있었고 그 때조차 문자 한통 없이 나를 기다리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그가 자기 일을 사랑하고 있고 과장을 가까이 보좌하는 직책이기에 일정이 불규칙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바람맞은 상황 때문에 빚어진 내 슬픔을 감싸 안기는 쉽지 않았다. 버림받은 기분이었고, 여자친구로 케어를 받지 못한 기분이었다. 남자친구로부터 배려를 전혀 받지 못한 감정은 좌표를 잃고 표류하는 배와 같았다.

보통의 경우엔 좀 늦더라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 그의 특유의 너스레떠는 농담과 눈웃음섞인 인사를 받으며 그 날 데이트를 시작했다. 둘 다 사진을 찍고 짧은 시를 써보는 디카시 동호회회원이어서 그 동안 틈틈이 찍은 사진을 서로 보여주거나 짧은 시를 고르는 작업을 같이 하기도 했다.

많은 자료를 잘 운용하기 위해 서로 공유 밴드도 가지고 있었다. 자료를 저장해두는 곳이기도 했고 가끔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올려놓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런 둘만의 밴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내 어깨가 으쓱해지게 했다. 그는 동호회에서 인기남이었다. 그런 그와 비밀밴드를 만들어 생활을 공유한다는 것은 나에게 매우 자극적이었다. 마치 내가 그에게 여자친구 이상의 더 특별한 여자가 된 것 같았고, 그의 생활을 일부를 엿볼 수 있다는 것도 그를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 여자친구로서의 자신감도 더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나에게만 알려주었다고 생각했던 그의 애칭을 다른 사람과도 사용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때의 배신감이란!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를 특별하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나이외의 어느 누구와도 쉽게 그 만의 다정함을 발산했다고 생각하니 신경이 쭈뼏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동호회에서도 그는 우리가 서로 사귀는 것을 말하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어느 때와 다름없이 동호회의 여자들에게 플러팅에 가까울 정도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몹시 불편했지만 사귀는 것을 밝히는 것은 더 불편할 수도 있어서 그의 행동을 그냥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벙어리 가슴 앓듯이 나는 몹시 불편한 연애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커플임을 밝혔다가 깨졌을 때 어색한 관계를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 동호회에서 공개연예를 안했다는 것은 그 만큼 그에 대한 믿음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애초에 믿음이 없으니 깨지는 쪽에 더 신경을 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깨질지도 모르는 관계는 장작 3년이라는 시간이었다.

난 그 동안 3년을 무엇으로 보낸 것일까? 동호회 후배들이 그와의 염문설이 났을 때 그를 포기해야 했을까? 그의 애칭을 온라인상에서 다른 커뮤너티에서도 쓴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이별을 말해야 했을까? 그가 다른 여자들에게 플러팅을 하는 것을 방관한 것은 내 잘못일까? 공개연애를 하지 않은 것도 내가 우유부단해서일까? 나는 무엇이 두려웠을까?


그럼에도 나는 연애의 달콤함을 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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