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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an 16. 2023

대표 기도는 늘 어렵다

기도하는 손


지난주에 부목사님께서 문자를 주셨다.

"유권사님, 다음 주 수요일 대표 기도십니다."

주보에서 보았을 때는 다른 분이셨는데 아마 갑자기 일이 생기셨나 보다.

"알겠습니다. 목사님. 기도로 준비하겠습니다."

답문자를 보내고 그날부터 열심히 기도문을 작성하고 지난주에 대표 기도를 하였다.



우리 교회는 주일엔 4부 예배까지 드리고 수요일엔 1부와 2부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목요일 저녁 9시에 목요 철야와 주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새벽 예배를 드린다. 나는 주로 주일 3부 예배와 수요 2부 예배를 드린다. 주일 3부 예배는 장로님들과 교구장들이 돌아가며 대표 기도를 하고 수요 예배는 권사들이 대표 기도를 한다. 대표 기도를 할 때 예전에는 가끔 딴생각도 하였지만 요즈음엔 집중하여 들으며 기도문을 마음에 담고 아멘~ 도 큰소리로 하며 은혜를 받는다.     


내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다. 우리 동네에 여자 전도사님이 살고 있어서 친구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면소재지 시골이라 교회가 우리 마을에 있는 것은 아니었고 걸어서 꽤 떨어진 이웃 마을에 있었다. 주일에는 친구들과 함께 먼 길을 걸어서 교회에 나갔고 가끔 친구들과 모여서 전도사님께 성경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6학년이 되면서 내 장래를 걱정하신 부모님께서 외가가 있는 강릉으로 전학을 보내는 바람에 교회 다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우리 집도 외가도 기독교인이 아니었고 이모가 일 년에 몇 번은 절에 가셨기 때문에 나의 종교는 다시 무교가 되었다.   

       

다시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고 교사로 발령받은 해이다. 1980년 3월 1일 자로 발령을 받았지만 7월 정도의 여름이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어릴 적 교회 다녔던 기억 때문인지 교회에 갑자기 가고 싶어졌다. 평소에 학교에서 여의도 순복음교회를 아주 열심히 다니는 선생님이 매일 교회에 다니라고 전도하였지만 별로 교회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특별하게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외로운 것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교회에 가고 싶어 졌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놀라운 일이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순복음교회 전도 신문을 들고 오신 선생님께

 “선생님, 저 어제 집 앞에 있는 교회에 갔었어요.”

 “어머 잘했네.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이번 주부터 성경 대학 1기를 시작하는데 같이 가보지 않을래요?”

 성경책과 찬송가를 챙겨주면서 권하시는 선생님의 권유를 거절할 수 없어서 1주일에 두 번씩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성경 공부하러 가기로 하였다.    


처음 가본 순복음교회는 너무 커서 무척 놀랐다. 성경 공부하러 처음 간 날 양복 입은 아저씨 같은 사람이 옆자리에 앉았었는데 친절하게 성경도 찾아주고 모르는 것도 가르쳐 주었다. 이렇게 석 달 동안 성경 공부를 하러 다녔고 그 아저씨는 내 옆자리나 내 주위에 앉아서 가끔 음료수도 사다 주곤 하였다.


그리고 청년 선교회에 들어오면 어떻겠냐고 하였다. 청년 선교회에서 일요일에 경찰서 유치장 전도도 몇 번 나갔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죄를 짓고 들어온 분들 중에 주님을 영접하는 분들이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예수님이 살아 계신 것 같았다. 경찰서 유치장에서도 당당하게 전도하던 아저씨가 참 자랑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시작해서 우리는 친해졌고 5년의 나이 차이와 부모님의 반대도 극복하고 88 올림픽을 기념하는 의미로 1982년 8월 8일에 약혼식을 하였고, 이듬해 4월 5일 식목일에 ‘인생을 심는다’는 의미로 결혼하여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도 하나님이 맺어 준 인연이 아니고서는 우린 만날 수 없는 사이였다고 생각한다. 우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만났느냐고 물어보면

 "하나님이 중매했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하나님이 맺어준 인연으로 지금은 남편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다. 나는 가끔 남편에게

“당신이 어려운데도 멀리서 열심히 교회 다니니까 하나님께서 상으로 어여쁜 나를 짝꿍으로 보내주신 게 분명해요.”

라고 큰소리치며 으스댔다. 남편은 집이 도봉구였는데 여의도 순복음까지 예배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닐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다. 그런 남편도 한 동안 세상 유혹에 빠져서 헤매다가 돌아온 탕자처럼 주님께 돌아와 지금은 나보다 믿음이 더 좋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지다가 2021년 1월에 권사 직분을 받았다. 권사가 되고 달라진 점은 수요 1, 2부 예배 때 대표 기도를 한다는 거다. 권사들이 순서를 정해 1년에 두세 번 정도 대표 기도를 하는데 많이 부담스럽다고 참여 안 하는 분도 있다.

 ‘그냥 기도문을 써서 가지고 가서 읽으면 되는데 뭐가 힘들어.’

 그렇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내가 대표 기도를 한 이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순서가 되어 2주 전부터 기도하며 기도문을 작성하였다. 2분 내외로 해야 해서 녹음하여 들어 보고 시간을 재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며 기도문을 완성하였다. 평소에 교장인 나는 학교에서도 늘 인사말을 하고 행사 때마다 격려사 등을 하였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교만이었다.


기도하는 중에 울컥 감정이 북받쳐서 떨리는 목소리로 기도를 마쳐야 했다. 약간 부끄럽기도 하고 좀 더 잘할 걸 하는 후회도 들었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기도할 때 왜 그렇게 떨어?”

 라고 말하였다.

 “그러게, 기도할 때 왜 그렇게 떨었을까요? 처음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네요.”

나도 모르게 속상해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다음 기도할 때는 좀 더 당당하게 잘하리라 생각하였지만 두 번째 기도할 때도 떨었다. 세 번째 기도할 때는 ‘담임 목사님의~’를 ‘담임 선생님의~’로 말하다가 아차하고 다시 수정해서 말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였다. 나도 모르게 평소 학교에서 쓰던 말이 튀어나와 버린 거다. 그래도 예배 끝나고 나오는데 안수집사님께서

“권사님 기도는 늘 은혜롭습니다.”

라고 말씀해 주셔서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되었다.

         

 남편이 나중에 전해준 이야기이다. 친하게 지내시는 장로님께서

 “유 권사는 교장 선생님이어서 학교에서 자주 연설하였을 텐데 기도할 때 왜 그렇게 떨어?”

 걱정되어 말씀하셨겠지만 조금 부끄러웠다.  

 ‘후후, 다음에는 안 떨고, 실수하지 않고 잘하겠지.’

하며 늘 다짐하고 겸손하리라 반성해 보지만 잘하려면 아직 먼 것 같다.

         

이렇게 시작된 대표 기도는 지난 8월 10일 네 번째 기도로 조금 자신감이 붙었다. 기도문을 작성할 때 첫 부분에 성경을 읽다가 은혜를 받은 성경 한 두절을 넣고 감사의 기도로 시작한다. 회개 기도에 이어서 주보를 보며 그 주일에 교회의 주요 일정을 확인하여 일정이 잘 진행되길 바란다는 내용을 기도문으로 작성하고 당회장 목사님과 수고하시는 모든 성도님들을 위해 기도한다.


다행스럽게 네 번째 기도는 크게 실수하지 않고 무난하게 잘 마쳤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 딱딱하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예배 끝나고 집에 가며 남편에게

“오늘 내 기도 어땠어?”

“오늘은 큰 소리로 잘하셨어요. 유 권사님.”

하고 웃는다.     


언제나 대표 기도를 잘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평소에 기도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평소에 소리 내어 기도하는 게 아직도 어색하다. 다른 사람을 위해 늘 중보기도를 하고 있지만 손잡고 소리 내어 기도해 주지는 못했다. 기도하는 게 자신이 없다. 퇴직도 했으니 그동안 못했던 새벽 기도도 나가고 목요 철야에도 빠지지 말고 나가서 주님께 기도의 은사 주시라고, 기도 잘하게 해달라고 마음 다해 기도드려야 할 것 같다.


지난주에 다섯 번째 대표 기도를 하였다. 다른 때처럼 떨지는 않았지만 중간에 한 두 군데 버벅거린 것 같다. 그래도 이번에는 차분하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인다. 

이제,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주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매일매일 기도에 힘쓰며 기도의 힘을 길러야겠다.


대표기도는 늘 어렵지만 기도 횟수가 쌓이다 보면 점점 잘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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