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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08. 2022

드디어 서울로

에피소드 1-나는 딸이었다

 서울교육대학교에 합격하여 서울 사람이 되었다. 다행스럽게 막내 이모가 서울에 살고 있어서 부모님도 마음을 놓으신 것 같았다. 이모가 이모부와 결혼하게 된 것은 아버지가 홍천군 내면 두메산골 학교로 발령이 나서 그곳에서 살 때이다. 이모는 아주 미인이었다. 이모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학교 소사로 일하던 이모부와 만나 결혼을 한 거다. 이모를 보면 결혼이 참 쉽다는 생각이 든다. 두 분이 홍천에서 사시다가 아버지가 다른 학교로 전근 가시며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된 거다.       


 처음에는 봉천동에 있는 이모님 댁에서 살게 되었다. 이모부가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어려웠고 아들 둘을 키우느라고 아직 집 장만을 하지 못했다. 방이 둘인 집이었는데 내가 방 하나를 차지하게 되어 너무 죄송하였다. 이모는 심장이 약해서 사십 살 되기 전에 운명하였다. 지금 같았으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      


 서울교대가 있는 서초동은 지금은 너무 멋진 동네이지만 그 당시는 개발 초기였기 때문에 버스도 많이 다니지 않았고 길도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서 비 오는 날이면 구두에 진흙이 묻어서 정말 난감할 때가 많았다. 봉천동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등교하였는데 버스가 매일 만원이라서 너무 힘들었다. 어떤 날은 아침에 잘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려 거의 매달리다시피 하고 학교에 도착하면 늦어서 강의실까지 달리기가 일쑤였다.   


 2년의 대학 생활은 짧아서 너무 빨리 지나갔다. 하지만 미팅도 하고 MT도 다녀오고 학교 축제도 하며 대학 시절을 잘 보냈다. 대학 시절에 가장 추억에 남는 일은 ‘에바다 농아학교’에 봉사활동을 갔던 일이었다. ‘에바다’는 ‘열려라’란 뜻이라고 했다. 대학시절 서클 활동으로 RCY를 하였다.  서클에서 한 달에 2회 정도 갔었는데 학생들이 너무 밝아 좋았던 것 같다.      


 1년을 이모님 댁에서 보내고 2학년 때는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남자아이 입주 개인 교사로 들어갔다. 부모님이 사업을 하셨고 그냥 외동아들 하나였는데 커다란 2층 양옥집에 식모 아주머니 한 분과 세 식구였다. 나는 처음으로 그렇게 큰 집에서 아주머니가 해 주시는 밥을 먹고 2층에서 욕실도 혼자 쓰는 행복을 만끽했다. 물론 시간적으로는 자유롭지 못했지만 부모님의 부담도 덜어드리고 지내기도 편해서 졸업할 때까지 그렇게 지냈다.      


 교생실습을 마치고 졸업이 가까워졌다. 대학교 2학년 교생실습 기간 중 영부인 육영수 여사님이 총에 맞고 돌아가셔서 온 나라가 슬픔으로 가득 찼었다. 그 사건 때문에 실습도 잠시 중단되었지만 1980년 2월에 졸업은 그대로 진행되었다. 대학 생활 2년은 그렇게 빨리 지나갔고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2년 대학 생활 중 단짝 친구인 미영이와 아주 친하게 지냈다. 미영이 아버지도 고등학교 선생님이셔서 나와 닮은 점이 많았다. 우린 학교에서 늘 붙어 다녀서 혼자 있으면 친구들이 “미영이 어디 갔니?”하고 물을 정도였다. 결혼 후에도 집들이할 때, 아이들 돌 때 등 자주 만났었다. 지금은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소식은 가끔 전하고 있다. 친구는 교직 생활 20년만 하고 바로 명예퇴직을 하고 잘 지내고 있다. 남편이 사업에 성공하여 사모님 소리를 들으며 정말 골프만 치고 지낸다. 그런 친구도 있어야지.  


서울에 올라와서 대학 생활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4년의 세월이 흘렀다. 대학생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냥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고 싶을 것 같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명동에 가서 냉면 한 그릇 먹고 옷 가게도 기웃기웃하며 맘에 드는 옷 하나 사고 방황했던 오래전 대학 생활, 요즘 나이가 많이 듦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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