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손자는 태어날 때 머리카락이 정말 없었다. 몇 달 지났는데도 머리카락이 많이 나지 않고 앞 머리 부분만 쭈뼛하게 머리가 자랐다. 며느리가 머리카락이 너무 적어서 걱정하길래
"둥이 아빠도 아기 때는 머리카락이 적었는데 지금 숱이 많잖아. 크면 괜찮아질 거야."
하고 안심시켜 주었다.
작은아들 아기 때 사진을 보면 머리숱이 정말 적었다. 손자를 돌봐 주시던 친정엄마가 아기 머리를 빡빡 몇 번 밀어주면 머리숱이 많이 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두 번 정도 머리를 밀어주었다.
자라면서 신기하게 머리숱이 많아졌다. 유치원 가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도 머리숱 때문에 걱정하는 일은 없었다. 물론 지금도 머리숱이 정말 많다.
둥이가 돌 지날 때쯤 아파트 상가에 있는 미용실에 머리를 밀러 갔다. 물론 아들 며느리에게 허락받고 한 일이다. 나랑 할아버지가 데리고 갔는데 할아버지는 미용실 밖에서 큰 손자를 쌍둥이 유모차에 태워서 상가를 빙빙 돌고 둘째는 먼저 머리 깎을 준비를 하였다.
둘째는 겁이 많아서인지 너무 울어서 내가 가운을 입고 안아서 깎였다. 깎는 내내 울어서 정말 힘들게 머리를 깎았다. 첫째도 안아서 깎았는데 둘째보다는 덜 울어서 무사히 깎았다. 쌍둥이 손자 이발을 하고 나니 힘이 다 빠졌다. 머리를 깎고 보니 둘 다 머리모양이 예뻐서 빡빡이 머리가 너무 예뻤다.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둥이 머리는 늘 우리 집에 올 때 깎였다. 주말마다 우리 집에 왔기 때문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두 번째로 한번 더 밀어주었더니 머리카락이 자라면서 머리숱도 조금씩 많아졌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둥이는 머리 깎는 것을 무서워했다. 미용실 가까이 가면 울며 미용실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다. 머리 깎을 때마다 전쟁이 따로 없었다. 큰 손자는 유튜브를 틀어주면 그런대로 잘 앉아있었지만 둘째는 이발할 때마다 힘을 주고 울어서 머리 깎는 원장님도 힘들고 잡아주는 나도 힘들었다. 머리 하러 오신 손님들에게도 폐 끼치는 것 같아서 죄송했다.
둥이 이발할 때마다 나랑 할아버지만 따라갔었는데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둥이도 힘들고 나도 너무 힘들었다. 그렇다고 안 깎일 수도 없어서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방법은 미용실을 다른 곳으로 바꾸고 둥이 아빠와 함께 가보자고 했다. 둥이가 아빠는 조금 무서워하니 가만히 잘 앉아 있으리란 희망을 가졌다.
다행히 새로 옮긴 미용실에서는 둘째가 처음에 조금 울긴 했지만 의자에 혼자 앉고 아빠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며 그런대로 이발을 잘했다. 원장 선생님도 이 정도면 잘 참는 거라고 했다. 진작 이렇게 할 걸 후회가 되었다. 이발할 때 그렇게 울고 떼쓰던 둥이가 아빠가 있으니 갑자기 철이 든 것 같았다.
지난주에 우리 집에 오기 전에 작은 아들이 미용실에 예약을 해달라고 해서 토요일 오후 4시로 예약을 하였다. 우리 집에 올 때 머리가 길어 앞머리를 고무줄로 묶고 왔다. 겨울이라 조금 길어도 괜찮을 것 같아 11월 말에 자르고 안 잘랐더니 머리가 많이 길었다. 엄마가 가끔 앞머리를 묶어주는데 나름 귀엽다.
"연우야, 찰떡이는 아기인데 머리 자를 때 안 울었대."
"할머니, 연우도 미용실 안 무서워요."
"맞아. 미용실은 안 무서운 곳이야."
찰떡이(한 살 둥이 사촌동생 )에게 지기 싫은 모양이다. 비교하면 안 되는데 할머니가 머리 깎을 때 무서워하지 말라고 오늘 한 번만 말할게.사실 지난주에 찰떡이 머리 깎는 영상을 보내왔는데 하나도 안 울고 잘 깎아서 우린 너무 신기했었다.
아빠 손잡고 함께 미용실에 갔다.
"오늘 누가 먼저 깎을까?"
서로 나중에 깎겠다고 해서 가위바위보를 하였다.
"지우가 졌으니 지우 먼저 깎자."
요즈음 순서를 정할 때 가위바위 보로 정할 때가 많다.
"머리 어떻게 깎아줄까?"
"신사 머리로 해주세요."
신사머리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고 그러는 것 같진 않고 누군가에게 들은 것 같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짧게 자르기로 했다. 앞머리는 다른 때처럼 동그랗게 바가지 머리로 자르고 뒷머리는 조금 올려 지난번보다는 짧게 잘라 달라고 했다.
이발한 둥이
큰 손자 지우가 오늘은 의젓하게 앉아 있어서 빨리 끝났다. 둘째 연우도 다른 때에 비해선 잘 참았다.많이 움직이지 않으니 머리도 예쁘게 깎인 것 같다.
"우와! 지우 연우 머리 자르니 멋지네. 엄마가 예쁘다고 하겠다."
한 살의 힘이 큰 것 같다. 한 살 더 먹었다고 의젓해진 것 같다.
둥이 이발시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는데 오늘처럼 한다면 아빠가 안 와도 될 것 같았다.
이발하고 집에 와서 샤워한 후 저녁도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둥이가 즐겁게 이발해서 할머니 마음이 너무 기쁘다.쌍둥이 손자가 한 살 더 먹고 키도 자라고 마음도 자라서 새해부터 너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