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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福) 많이 받고 계신가요?

by 유미래


새해 두 번째 주말에 집에 온 쌍둥이 손자가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하더니

이번 주에 또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런다.

조금 있다가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셨나요?"

라고 묻는다. 웃다 보니 그 말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가 새해에 복 많이 받고 있는 건가?


복(福)
1.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
2. 배당되는 몫이 많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ㅡ네이버 국어사전


새해 복(福) 많이 받고 계신가요?

우린 지난 연말부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참 많이 하고, 많이 들었다. 직접 말로 하기도 하고 문자로, 카톡으로, 전화로 참 많이 주고받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복을 주셨으니 1월에 벌써 많은 복을 받아야 맞다.


'서경'에서 말하는 오복은 아니어도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은 받고 싶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우리에게 행복과 행운은 어떤 것일까?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부자가 되고 싶으세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돈이 많으면 좋을 것도 같다. 원하는 것도 다 살 수 있고, 여행도 하고 싶을 때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큰아들에게 커다란 골프장도 하나 사 주면 좋을 것 같다. 작은 아들에게 둥이가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넓은 최고급 전원주택을 사 주고도 싶다. 하지만 돈만 있고 행복하지 않다면 그런 부자는 되고 싶지 않다.


욕심을 부려 본다면 행복한 부자면 좋겠다. 하지만 이건 욕심 같다. 부자가 다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돈은 조금 없어도 행복하면 그게 더 좋다. 그냥 살 집이 있고 가족이 건강하고 할 일이 있으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사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바로 사면 물건이 귀한 줄 모른다. 사고 싶은 마음을 가득 채워 벼르고 별러 사고 싶은 것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그것이 얼마나 귀한 지는 경험한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퇴직하기 전에 방학 때마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 대부분 모임 선생님들과 다녔다. 모임에서 매달 일정 금액을 회비로 내서 저금을 하여 모아진 회비에다 부족한 경비를 조금 추가해서 여행을 다녀왔다.


이 모임은 9명으로 20년이 넘은 모임으로 같이 근무하던 선생님들 중에서 다른 학교로 전보를 가며 구성한 모임인데 여행을 정말 많이 다니시는 분들이다. 여행을 가면 한 분이 여행사를 알아보고 코스를 정해서 다녔는데 저녁에는 숙소 인근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정말 여행 기간 내내 깔깔 웃으며 재미있게 다녔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한 번도 함께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퇴직을 하셔서 현직에 계신 분이 한 명만 남았다.


모임선생님들과 여행을 다니다 보니 나 혼자 다니는 것이 미안해서 2019년부터는

'이제부터 여행은 남편과 함께 가야지.'

선포하고 추석 연휴에 북경을 함께 다녀왔었다. 그 후에 국내 여행이긴 하지만 부산도 다녀왔고, 지난 여름휴가 때는 거제, 통영, 진주도 다녀왔다. 남편과 함께 다니면 정말 편하다.

이렇게 가끔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올해 어떤 행운이 찾아오면 복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동안 사지 않았던 로또를 사서 당첨되어 볼까? 하지만 당첨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사지 않을 거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이 출판된다면 그게 행운이 될 것 같다.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데 요즘 시간 강사로 나가고 오후에 브런치에 글 쓰고 구독자님 글 읽다 보니 통 시간이 안 생긴다. 시간 강사 끝나면 오전에 시간이 있을 거니까 조금 천천히 가야겠다.


또 다른 행운을 꿈꾸어 본다. 큰아들네 찰떡이 어린이 집을 알아보고 있다. 지금 예약해도 7, 8월에나 자리가 나올 것 같다고 한다. 혹시 예정보다 조금 일찍 자리가 나오는 행운을 꿈꾸어 본다. 가까이 살면 내가 돌봐주고 싶은데 그것도 어려워 기다려 보아야 할 것 같다.


이제 새해가 반 달 정도 지났다. 지금은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여전히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냥 그 자체가 행복이다. 그래서 새해에 복 많이 받은 걸로 하고 싶다. 더 큰 복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 속에서 평온하게 지내다 특별한 일 한 가지가 찾아와 준다면 그게 복 받은 것이라고 생각할 거다. 2월에 둥이네와 여행 계획도 세워놓고 예약도 해 두었으니 특별한 일이 생길 것 같다.


우리 집은 아들만 둘이라 삼부자다. 그러니 우린 행복한 부자 맞다. 아들 둘 숙제도 다 하고 손자도 셋이나 있으니 복 받은 인생이다. 없는 딸도 둘이나 생겼으니 이 보다 더 큰 복이 어디 있을까 싶다. 거기다 든든한 백(back)인 하나님이 늘 지켜주시니 이것도 복이다. 더 이상 욕심도 없다. 이걸로 충분하다.


여러분은 새해 복(福) 많이 받고 계신가요?

저는 복 많이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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