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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Feb 19. 2023

그때 그 사람



가한 오후에 TV를 보다가 요즘 인기 많다는 '불타는 트롯' 재방송을 시청했다. 듀엣 전이다. 심수봉, 남진, 주현미 레전드 노래에 도전한다. 내가 좋아하는 심수봉 노래를 연속으로 부른다. 특히 신에한수팀이 '그때 그 사람'을 부른다. 신에한수는 에녹과 신성 두 사람 듀엣 팀명이다. 연예인 대표단 점수는 많이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난 너무 좋았다.


그때 그 사람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사랑의 괴로움을 몰래 감추고
떠난 사람 못 잊어서 울던 그 사람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은 1978년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부른 노래로 수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인기곡이 되었다. 물론 모두 아시듯이 10. 26 사태에 휩쓸려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모이면 불렀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 그래도 이 노래를 늘 흥얼거리며 다녔다. 남자친구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면 남자친구가 그때 그 사람이 된다고 하는 웃지 못할 소문도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 회식 후 가끔 노래방을 면 나의 애창곡이 '그때 그 사람'이었다. 물론 잘 부르지 못해 점수도 잘 받지 못했지만 항상 첫 번째 부르는 노래였다. 노래를 한 곡 더 불러야 할 상황이 되면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렀다. 심수봉 노래는 다 좋아했다.


내가 다닌 여고는 3학년에 상과 두 반과 문과 두 반이 있는 종합여자고등학교였다. '파리의 연인' 드라마가 한창일 때 강릉여고 나오지 못한 것이 약간 후회된 적이 있었다. 중학교를 강릉 여중을 나오지 않아서 같은 재단인 사립 여고에 갈 수밖에 없어서 강릉여고를 가지 못했다.


나는 문과였고 진학반이었다. 여고를 졸업하고 그 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여덟 명이 합격하였다. 서울대 1명, 서울교대 3명, 숙대 1명, 덕성여대 3명이다. 이 중에서 덕성여대 제약학과에 입학한 친구 J와 친했다. 학교가 다르기에 대학 생활 중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고등학교 때 워낙 친했기에 늘 궁금했다.


고3 때 잠깐 수학 과외를 한 적이 있었다. 물론 J가 하자고 해서 세 명이 하였다. 선생님은 J오빠 친구로 서울대학교 다니는 대학생이었다. 방학을 이용해서 하였다. 아마 수학 정석을 공부한 것 같다. J는 위로 언니와 오빠가 있었고 아래로 남동생이 있었다. 집도 제법 잘 살았고 키는 작았지만 예뻤다. 사복을 입을 때면 늘 강릉교대에 다니는 언니 옷을 입고 와서 우리를 부럽게 하였다. 그때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J는 고등학교 때 영어 발음도 좋아 영어 시간마다 영어 본문을 읽었다. 영어 선생님이 시범으로 읽힌 거다. 목소리도 애교가 찰찰 넘쳤던 매력 있는 친구였다. 마음도 착해서 친구들도 많았다. 거기에 비하면 나는 공부 잘하는 것 빼고는 내세울 것이 없었다. 물론 예쁘다는 소리는 조금 들었지만. 


우린 J네 집에 가끔 놀러 가서 밥도 먹고 공부도 함께 하며 친하게 지냈다. 대학도 같은 곳에 갔으면 좋았지만 난 선생님이 될 거라 교대를 가게 되었고 J는 덕성여대 제약학과에 입학하였다. 나는 교대를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다. J는 학교를 업하고 결혼한 후 약국을 개업하였다.


어느 날 다른 친구로부터 J를 한 번 보러 가자고 연락이 왔다. 아프다는 거다. J는 결혼하고 딸도 하나 낳았는데 아프다니 그것도 약사인데. J는 위암이라고 했다. 속이 불편해서 병원에 갔는데 처방한 약을 보니 자기네 약국에서 파는 약보다 안 좋은 것이어서 휙 던져버리고 약국에 있는 약을 먹었다고 했다. 벌써 난소까지 전이되었다고 했다. 


J는 수술하고 항암치료까지 받았지만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 그때가 서른 즈음이었으니 빨라도 너무 빨리 떠나 버렸다. 아마 어느 반짝이는 작은 별에 다시 태어나 행복하게 살 것만 같다. J는 약사였기에 너무 약을 잘 알았던 것이 비극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착하고 좋은 친구였는데.


오늘 방송으로 '그때 그 사람'노래를 들으며 왜 J가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노래 가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친구였는데 말이다. 그냥 그때 그 사람 속에 나에게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처음으로 노래도 공유해 봅니다. '그때 그 사람' 노래를 들으며 여러분의 그때 그 사람을 추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gthgqqjcIQs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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