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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Apr 12. 2023

이제 꽃보다 잎이 예쁜 나이

 나는 오래전부터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사이라고 믿는다.
-김형석 교수 ‘「백 년을 살아보니」



출퇴근하며 길가의 나무와 꽃들을 본다. 특히 도로 가장자리에 피어 있는 꽃들을 보면서 매년 봄이 왔다는 것을 느낀다. 올해도 봄이 시작되며 많은 꽃들이 피고 졌다. 개나리가 그랬고, 벚꽃이랑 목련도 피었다 졌다. 요즈음엔 철쭉과 영산홍이 피려고 꽃봉오리를 삐죽하게 내밀었다. 햇볕 좋은 양지에는 벌써 환하게 피어있다. 예쁘다.


하지만 화려한 꽃도 피어 있는 동안은 아름답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 시들고 만다.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한다. 겨우내 입었던 무거운 옷을 벗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꽃들을 실컷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내가 언제부터인가 꽃보다 잎이 더 예뻐 보인다.


단풍나무/벚나무/산딸나무

꽃보다 잎이 더 예뻐 보이면 나이 든 거라고 하던가. 특히 봄이 왔을 때 새로 움트는 연두색의 새순을 좋아한다. 요즘 은행나무와 느티나무의 연두색 잎과 벚꽃이 지고 난 뒤 꽃 사이로 올라오는 연두색 잎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운전하며 보는 길가 플라타너스의 연한 연두의 잎을 보며 어쩜 저런 색이 나올까 감탄한다.      


쌍둥이 손자와 아파트 놀이터를 갔는데 놀이터 옆에 있는 단풍나무의 아기 손 같은 연두 잎이 어찌나 예쁘던지 자꾸 눈길이 갔다. 그리고 퇴근길에 본 수양버들의 연두색 잎을 매달은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서울로 출퇴근할 때 가끔 차를 두고 지하철로 출근을 하였다. 4월 중순 이맘때 출근하다 보면 학교 옆 아파트 사잇길에 있는 은행나무와 중고등학교 담 안에 있는 메타세쿼이아의 연두색이 어우러져, 이곳에서 오래도록 벤치에 앉아 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곳이 그립다. 연두색이 있는 봄에 오래오래 머물고 싶다.


내 나이가 벌써 예순이 넘었다. 예순 이전에는 매년 나이를 먹어도 아직 젊다고 생각했다. 예순이 넘고 회갑을 보내면서 내 나이가 지금 몇 살이야? 자꾸 세어보게 된다. 그건 나이 먹기 싫어서 일 게다. 내 나이는 실제 태어난 한국 나이, 만 나이, 호적 나이 등 여러 가지이다. 이전에는 실제 태어난 한국 나이로 올려서 말하였지만 지금은 호적에 있는 만 나이로 말한다. 한 살이라도 줄이려는 의도이다. 그런 내가 조금은 슬프다. 나이 들면 어떤가. 이제부터는 나이 듦을 당당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내 소원 중 하나는 예쁜 할머니가 되는 거다. 마음도 예쁘고 얼굴도 편안한 모습으로 늙는 거다. 나이 들어도 사람들이

 “어르신, 참 고우시네요. 편안해 보이십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남들처럼 돈 들여 피부관리실에 가진 않지만 나는 늘 피부에도 신경을 쓰고 얼굴 주름에도 신경을 쓴다.  가려면 돈도 돈이지만 시간을 예약하고 일정을 조정하고 그런 게 번거로워서 안 간다. 그냥 가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그런 가게가 있다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피부관리실에 가는 대신 나는 저녁마다 일일 일팩을 한다. 설거지를 끝내고 세수를 하고 드라마 한 편이나 뉴스를 보는 시간에 마스크팩을 얼굴에 얹고 누워서 TV를 시청한다. 그렇게 편안하고 행복할 수가 없다. 그리고 선크림도 사계절 모두 바르고 유튜브를 보면서 화장 방법도 배운다. 나름대로 젊어 보이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옷도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운 의상이 아닌 품격 있고 조화롭게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요즘 사람들은 ‘나 편하면 그만이지.’ 이렇게 생각하고 학교를 방문할 때도, 행사에도, 모임에도 그냥 편하게 입고 온다. 나는 옷에도 늘 신경을 쓴다. 소박하지만 색상과 디자인 등을 고려하여 가능한 깔끔하고 예의 바르게 입으려고 노력한다. 옷을 잘 입으려면 세 가지 이상의 색상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공식도 꼭 맞춘다. 옷과 액세서리, 스카프 등도 잘 어울리게 맞추어 입는다.


그래서인지 처음 나를 보는 사람들은

 “너무 젊으시네요.”

그렇게 말을 한다. 물론 그런 말을 들을 때는 기분이 좋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라는 노사연의 ‘바람’ 노래 가사처럼 예쁘게 익어가고 싶다.


김형석 교수님은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 사이라고 믿고 있다.’

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건강과 장수의 비결은 꾸준한 운동, 소식, 일 등을 말씀하셨다. 나도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대로라면 인생의 황금기에 들어섰으니 건강을 위해 매일 운동을 하고, 음식에 욕심부리지 말고 적게 먹으려고 노력해야겠다. 퇴직하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러며 인생의 황금기를 즐겨 보려고 한다.

 ‘늙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라, 욕심 없이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신의 선물이다.’


오늘도 지하철로 출근하며 길가의 나무를 본다. 벌써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익어가려고 한다. 연두색 잎도 예쁘지만 초록으로 익어가는 나뭇잎도 활기차 보여 좋다.


지난주에 목감기에 걸렸다. 병원에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약을 먹어도 안 낫는다. 목소리가 잘 안 나오니 수업하는 것도 조금 힘들다. 오늘은 일찍 조퇴하고 병원에 가서 비타민 수액을 맞았다. 감기는 쉬어야 한다는데 쉬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오늘 수액도 맞았으니 내일 아침에는 가볍게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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