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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Apr 19. 2023

이게 얼마만인가요

"이게 얼마만이야."

"정말 오랜만이네요."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말했다.


2020년 1월 코로나 첫 환자가 나오고 우린 그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거의 20년이 된 모임이고 해외여행도 함께 많이 다녔던 선생님들이다. 모두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을 하였고 이제 한 명만 현직에 남아있다. 처음에는 코로나가 무서워서 만나지 못했고, 그 후에는 총무님이 손녀 돌보느라 여유가 없어서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벌써 만난 지 3년이 넘었다. 3년을 뛰어넘다 보니 그 사이에 70이 넘은 선생님들도 계시고 대부분 60대가 되었다.



우리 모임 이름은 솔향기다. 예전에 송 O초등학교에 함께 근무했기 때문에 소나무 송(松)을 서 지은 이름이다. 또 다른 이름은 '짝세월'이다.

짝수달 세 번째 월요일이 모임 날이어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오랫동안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이어 갔었는데 2019년 12월에 만나고 오늘 3년 4개월 만에 만났다. 참 어렵게 오랜만에 약속을 잡았지만, 아홉 분 중 한 분은 손주 육아로, 두 분은 건강 때문에 나오지 못하셨다.


퇴근하고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 갔다. 퇴직 전에는 매일 출근하던 서울이었지만 요즈음에는 일이 있어야 가는 곳이 되었다. 지하철에는 퇴근 시간 전이어서 그런지 그리 붐비지 않았다. 중간에 한 번 갈아타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였다. 전에도 자주 만났던 곳이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먼저 오신 선배님이 호주 여행 중이어서 친정엄마 장례식에 오지 못했다며 조의금을 전해 주셨다. 엄마가 가시던 날이 생각나서 눈시울이 잠시 붉어졌다. 잊지 않으시고 위로의 말씀을 전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장례식장에도 와주시고 위로도 많이 해주신 고마운 분들이라 오늘 저녁을 대접했다. 저녁이라도 대접할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코로나 기간 동안 내부 인테리어를 하였는지 많이 달라졌다. 입구에는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었고 빈 접시 운반은 언택트 로봇이 담당해 주고 있었다. 나가서 식사하려면 키오스크 사용은 이제 필수가 된 것 같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자꾸 사용해 보아야겠다. 많은 부분을 기계가 대신해 주니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며 다들 걱정을 하였다.


들락날락 식사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3년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결국은 건강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지인이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는데 대기 시간이 길어져서 응급실에서 의식을 읽고 수술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는 후배 이야기라 많이 놀랐다. 


장 맏언니도 머리가 어지러워 CT를 찍고 검사하다 뇌에 혈액이 조금 새어있는 걸 발견하고 시술하여 혈액을 제거하셨다고 하였다. 머리를 만져보라고 하셨는데 정말 작은 동전 크기만큼 들어간 것이 만져졌다. 만지는 순간 느낌이 참 이상했다. 머리를 뚫고 시술을 하신 거라고 하셨다.


오늘 참석하지 못한 한 분은 나보다 두 살 언니인데 주말에 혈압이 200이 넘게 올라가서 병원에 2박 3일 입원했다가 퇴원하셨다고 한다. 지금은 혈압이 조금 내렸지만 안정이 필요해서 오늘 참석하지 못해서 굉장히 아쉬워하셨다.


건강 이야기를 하며 건강 검진 에피소드도 나누었다. 내시경을 하고 조직검사를 하고 결과를 보러 갈 때까지의 불안감을 이야기하며 한 번 씩 경험한 일이라 서로 공감하였다. 생명 연장 거부 동의서를 작성하셨다며 방법을 알려주시기도 하였다. 휴가 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이곳은 자리 세팅한 간부터 3시간만 이용할 수 있어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일어섰다.


오래된 모임이어서인지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편안하다. 해외여행도 여러 번 다녀왔다. 만나면 그저 반갑고 즐겁다. 세월이 흘러 나이도 많이 들었지만 이제부터 짝둘월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짝수달 둘째 월요일이 우리 모임날이다. 다음에는 아홉 분 모두 건강하게 만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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