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텔레비전을 즐겨 본다. 하지만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보다는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지난 주말에 뉴스를 보고 있는데 어느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글이 공개되면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방송되었다.
내용은 홍대입구역 출구 근처에 작은 지갑을 일부러 떨어뜨리고 가는 중년 여성을 본 적이 이번 주에 두 번이나 있다는 내용이었다. 퇴근하면서 보니 2번 출구에 그 작은 지갑이 있었는데 무슨 수법인지 궁금하면서 지갑을 주우면 안 될 것 같다는 글이었다.
답글에는 CCTV 근처에 있던 지갑을 고스란히 경찰에 맡겼음에도 지갑 안에 돈이 몇 만 원 있다고 우기거나, 혹은 사이비 교회로 끌고 가는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는 글도 있었다고 한다.
만약 지갑이 떨어져 있으면 그곳 관리인에게 바로 맡기거나 경찰서에 즉시 신고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일도 번거롭다. 정말 의리 있는 사람 아니고서는 이렇게 번거로운 일을 하려고 할까 생각된다. 그냥 이것저것 신경 안 쓰려면 그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세상이 참 무섭다. 선행하고도 절도범으로 몰리기도 하고 오히려 ‘물에서 건져 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말처럼 지갑에 돈이 더 많이 있었다고 우긴다고 한다. 특히 은행 CD기에 일부러 지갑을 놓고 망을 보고 있다가 가져가는 사람을 따라가서 돈을 더 많이 요구하는 신종범죄도 있다고 들었다. 어쨌든 내 것이 아니면 욕심부리거나 주인 찾아준다고 가져가면 안 될 것 같다. 그냥 만지지도 말아야 할 것 같다.
퇴직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교로 교감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우리 학교 5학년 OO 군이 지갑을 주워서 경찰서에 가져가 주인을 찾아주었다고 칭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갑에는 돈이 27만 원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학생을 교장실로 불러 칭찬해 주고 매달 나가는 소식지에도 선행을 홍보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홍보한 일이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 글을 읽고 다른 학생들도 똑같이 하려고 했을 텐데 오히려 착한 일을 하려다 절도범으로 몰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교육도 조심스럽다. 시대가 바뀌니 교육도 바뀐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가시는 할머니 짐을 들어드리는 것도 조심스럽고 집을 찾아주는 일도 그렇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예전에 세종문화회관에 뮤지컬을 보러 간 적이 있다. 화장실에 갔다가 가방을 문고리에 걸어놓고 깜빡하고 두고 왔다. 화장실을 나와 관람석으로 가려고 하는데 어떤 여자분이 부른다, 뒤돌아보니 그 여자분 손에 내 가방이 들려 있었다. 내가 들어가고 다음에 들어가신 분인 것 같았다. 어찌나 고마웠던지 코가 땅에 닿을 만큼 여러 번 인사하였다. 가방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
보통은 물건을 찾아주신 분께 고마워한다. 사례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찾아주고도 절도범으로 몰린다면 이런 사회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요즘 사회가 너무 삭막하고 무섭다.
예전에는 지하철에 소매치기도 많았다. 아들 어렸을 때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간 적이 있었다. 물건을 사고 은행 앞에 있는 CD기에서 돈을 조금 찾았다. 한 손에는 물건을 들고 한 손은 아들 손을 잡고 지하철을 탔다. 아마 가방이 뒤로 가 있었을 것 같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와서 핸드폰을 꺼내려고 가방을 열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가방이 열려 있었다.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지갑을 찾아보니 없었다. 지갑에는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 조금, 그리고 카드와 주민등록증 등이 있었다. 앞이 깜깜했지만,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해서 카드사에 연락하여 카드 정지를 시켰다. 아마 내 뒤를 따라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주민등록 발급을 위해 경찰서에 가야 했고 번거로운 것이 많았다. 물론 잃어버린 돈도 아까웠지만, 칠칠치 못한 것 같아 자책도 하였다. 그다음부터는 조심하고 정신도 차려서 화장실에 가방을 두고 오는 일도 없었다. 다행인지 요즘은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소매치기나 도둑은 조금 줄긴 하였다. 그건 너무 다행이다.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세상이 이러니 지갑을 찾아주는 일도 망설여진다. 그냥 내 것이 아니면, 내 일이 아니면 무심해야 할 것 같은 세상이 참 삭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