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래 Jun 23. 2023

학교 텃밭에서 캐낸 보물

학교 텃밭에서 딴 채소


1교시 전 아침 활동으로 독서를 하고 있는데 행정실에서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일요일에 수목 소독을 한다는 거였다. 정기적으로 하는 거라 대충 읽고 창을 닫고 잊어버렸다. 5교시가 끝나고 아이들 하교시키고 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옆 반 선생님께서 상추 따러 가자고 하셨다. 아침에 메시지를 끝까지 읽지 않고 수목 소독한다는 것만 읽었었는데 다시 보니 이번 주 일요일에 수목 소독을 하니 학교 텃밭에 있는 상추와 고추, 방울토마토를 많이 따가라는 거였다.     


우리 학교는 학교 뒤편에 학교 텃밭이 있다. 텃밭이 제법 커서 여러 가지 채소가 심어져 있다. 텃밭에는 상추와 고추, 방울토마토 등이 심어져 있다. 주로 학교 주무관님께서 심고 가꾸신다. 텃밭은 햇볕이 잘 들어 심어놓은 채소가 볼 때마다 쑥쑥 자란다. 나는 가끔 출근할 때 학교에 있는 텃밭이 신기해서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곤 한다. 고추가 얼마나 자랐는지, 방울토마토가 열렸는지 등 모든 것이 궁금하다.  

   

한 달 전에 급식실에서 급식을 먹고 올라오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텃밭에서 상추 좀 따서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때도 혼자 내려가기 뻘쭘해서 옆 반 선생님과 둘이서 상추를 땄다. 상추 종류로는 로메인, 청상추, 꽃상추, 양상추 등 여러 가지이다. 한 가지는 상추는 아닌 것 같은데 오크 상추라고 한다. 상추에 넣어서 싸 먹으면 좋을 것 같다.     


따다 보니 가지고 간 비닐봉지에 한가득이다. 그날 퇴근하면서 삼겹살을 샀다.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먹었는데 상추가 어찌나 연하고 맛있던 지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날은 상추 덕분에 많이 먹었다. 남은 상추는 그냥 쌈장만 넣고 상추쌈을 먹기도 하고 초고추장을 넣고 비빔밥을 해서 먹었다. 여름에 밥맛이 없을 때 내가 주로 먹는 방법이다. 상추를 먹어서인지 잠을 잘 잤다.     


오늘은 5교시라 1시 40분에 수업이 끝났다. 아이들 하교시킨 후 청소하고 상추를 따러 갔다. 지난번에 맛있게 먹었기에 얼른 비닐봉지를 챙겨서 옆 반 선생님을 따라나섰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도 쓰고 나갔다. 벌써 상추를 따고 계신 선생님이 두 분 계셨다.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내려오셨을 것 같다. 인사를 가볍게 나누고 상추 따기에 집중했다.     


햇빛이 따가웠다. 모자를 쓰고 오길 참 잘했다. 상추가 여러 가지라 종류별로 조금씩 골고루 땄다. 다른 사람이 상추를 따러 오실 수 있어서 조금씩 남겨두며 땄다. 한 봉지가 채워졌다. 옆반 선생님께서 고추도 따자고 해서 고추도 몇 개 땄다. 아무래도 오늘도 지난번처럼 삼겹살을 사서 시누네도 불러 함께 먹어야 할 것 같다. 음식은 두 명이서 먹는 것보다는 여럿이 먹는 것이 맛있다. 지난번 큰아들 왔을 때 시누이가 고모할머니라고 손자 용돈을 주었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어야 하기에 이럴 때 갚으면 될 것 같다.     


학교 텃밭에서 따온 상추를 꺼내서 씻었다. 조금 딴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았다. 상추 종류도 여러 가지라 두세 가지씩 싸서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오늘은 삼겹살과 양송이버섯, 통마늘을 구워 먹고 밑반찬으로 오이지무침, 그리고 지난주에 만든 무생채와 데친 브로콜리다. 밥상이 참 소박하다. 요즘 반찬을 많이 하지 않는다. 여름이라 조금씩 만들어 먹는다. 모두 상추가 연하고 맛있다고 한다. 오늘도 상추 덕분에 고기를 많이 먹었다. 대신 밥은 조금밖에 안 먹었다.     


텃밭 상추를 먹다가 마트에서 파는 상추는 못 먹을 것 같다. 입이 참 간사하다. 상추를 심고 가꿔주신 학교 주무관님 덕분에 여러 사람이 맛있게 먹는다. 우리가 채소와 과일 등 여러 가지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심고 가꿔주신 분이 계시기 때문이다. 급식시간에 보면 2학년이라 급식을 많이 남긴다. 학교 급식은 친환경으로 좋은 재료로 만드는 것인데 잔반통으로 나가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늘 급식 지도를 하지만 억지로 먹이지는 못한다. 그래도 남기지 않고 잘 먹도록 반복해서 교육하는 것은 필요하다.     


오늘 학교 텃밭에서 보물을 캤다. 약도 치지 않고 친환경으로 키운 상추는 보물이다. 어디 가서 이렇게 맛있는 상추를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주무관님이 너무 감사하다. 내일 아침 음료수라도 한 상자 사서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무관님, 상추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메모 쪽지도 넣어서 드려야겠다.     

 

학교 텃밭에서 받은 선물로 학교가 더 좋아졌다. 학교에 오길 참 잘했다.

학교 텃밭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인생, 밸런스(Balanc)를 맞추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