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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20. 2022

경로석에 앉을까 말까

나잇살 스트레스

 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한다. 만 65세가 되면 받는 혜택도 여러 가지이다. 우선 KTX, 기차, 비행기 탑승 시 할인을 받고 지하철이 무료이다. 임플란트와 틀니를 맞출 때 2개까지 70% 정도 지원을 받는다. 폐렴 예방접종과 독감 백신 접종도 무료다. 대상포진 접종 비용도 지원받고 고궁, 박물관 등도 무료 이용이다. 그 외에도 많은 혜택이 있다고 한다. 노인이 되면 혜택이 정말 많다. 그렇지만 혜택 때문에 빨리 노인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나도 그렇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과 21년은 주로 승용차로 출퇴근을 하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혹시라도 감염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내가 감염되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는 일이 될 수 있어서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기우라는 것을 알기에 요즘 지하철을 자주 이용한다. 올해도 4월까지는 주로 승용차로 출근하였다. 그런대로 출근할 만했다. 재택근무하는 사람이 많아서 길이 덜 막힌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재택근무가 줄어들면서 출근 시간대 올림픽대로는 거의 주차장이다. 어떤 날은 차가 너무 막혀서 9시 가까이 되어 도착하였다. 완전히 지각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지하철을 타기 시작했다.   

   

 요즘 남편과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 길도 막히지만 나잇살인지 살이 자꾸 찌는 것 같아 옷 입을 때 너무 불편하였다. 딱히 하는 운동이 없어서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좀 걸으면 살이 빠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늘 몸무게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 욕실 앞에 체중계를 두고 매일 체중을 체크하는데 잴 때마다 자꾸 몸무게가 올라간다. 안 되겠다 싶어 저녁 식사 양도 조금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영 몸무게가 줄지 않았다. 그래서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방법을 실천해 보기로 하였다.     


 집에서 7시 10분경에 출발하면 검암역에서 7시 40분에 출발하는 공항철도가 있어서 앞차를 보내고 그 열차를 탄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경로석 쪽으로 간다. 일반석은 젊은 사람들이 밀치고 들어가서 의자에 앉을 생각조차 못한다. 남편은 흰머리가 많고 65세도 넘었기에 경로석에 앉아도 이상할 것이 없어 나도 그 옆에 앉아 간다. 하지만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혹시라도 다리 아프신 어르신이 계신 건 아닌가 해서다. 하지만 로석 앞쪽까지 젊은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서 내 부끄러움을 조금 가려 주어 안심이 된다. 잠시 눈을 감고 다음 역까지 간다. 정말 사람이 많이 탄다. 밀치고 밀려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가끔 내 앞에 어르신이 서 계시면 얼른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내릴 역까지 앉아서 간다. 그러나 아직은 내가 경로석에 앉아도 되는지 죄송한 마음이 든다. 아직 만 65세가 안 넘었기 때문이다.      

    


 아침 김포공항 9호선 급행 지하철 풍경이다. 타 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너무 만원이다. 네 줄로 서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대부분 스마트 폰을 보고 있다. 지하철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면 출입문 쪽으로 이동해 다닥다닥 붙어 의자 경쟁이 시작된다. 멀리 강남까지 가려니 앉아서 가고 싶겠지. 나는 감히 그 대열에 낄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비어 있는 경로석이 눈에 들어온다. 앉을까 말까 갈등한다. 오십 대 후반까지도 경로석이 비어 있어도 앉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왠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것 같아서이다. 그 따가운 시선을 피할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교육자인데 그러면 안 되지 하고 다리가 아파도 참았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나도 모르게 경로석이 비어 있는지를 먼저 살핀다. 낮에는 비어 있어도 앉지 않는다. 낮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고 왠지 아직 경로석에 앉기엔 다른 사람이 볼 때 젊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이다.


예순이 되면서부터 기운이 많이 딸림을 느낀다. 피로도 더 빨리 쌓인다. 한 마디로 들다. 힘드니까 자꾸 경로석으로 눈이 가고  앉을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가 경로석이 많이 비어 있으면  앉게 된다. 출퇴근할 때만 앉는다. 그 시간 때는 어르신들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이다. 이건 어쩜 내 합리화 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어르신들이 일반석에 앉으시면

 ‘경로석이 비어 있는데 경로석에 앉으시면 일반석에 한 명 더 앉을 수 있을 텐데.’

 그런 마음이다. 나름 배려라고 할까? 물론 이것도 내 합리화이다.     


 한 달 반 정도 지하철로 출퇴근한 후 체지방이 조금 빠지는 느낌이다. 아직 만족할 만큼 빠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 처음 목표가 3킬로 감량이었는데 반 정도는 빠진 것 같다. 많이 뚱뚱한 편은 아니지만 평소의 몸무게로 돌아가야 입던 옷도 편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몸에 딱 맞는 옷은 불편해지고 있어서 적은 옷은 안 입게 된다. 그래서 자꾸 편한 옷만 입다 보니 체중도 불어 나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은 모처럼 맞는 원피스를 입고 출근하였다. 살이 조금 빠졌기에 가능하다.     


 목표한 몸무게가 될 때까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늘 경로석에 앉을까 말까 고민할 것 같다. 서 있으면 몸이 힘들고 경로석에 앉으면 마음이 불편하기에 내 갈등은 계속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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