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속을 걷다

by 유미래
길가 강아지풀


장대비 속을 걷다



비 오는 날엔 집에 있고 싶지만

주일이라

큰 우산 쓰고 빗속으로 들어갔다

성경책 등에 메고 두 손 가득 우산 움켜 잡았다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았지만

내가 이겼다


보도블록이 작은 도랑되어

나뭇잎이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내 마음도 둥둥 떠내려간다

어린애 마냥 첨벙첨벙 놀고 싶지만

교회 가는 길이라

뒤로 물러섰다 힘껏 뛰어본다


장맛비에

길 가장자리는 풀숲 되어

강아지풀이 춤추고

웃자란 쑥은 고개 떨군다

풀숲이 풀잔치로 그득하다


이렇게 장대비 내리는 날도

큰 우산 속은 맑음이다

다행히 조금밖에 안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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