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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레인지로 바꾸니 쓸 프라이팬이 없다

by 유미래
콩국수


장마가 끝나니 찜통더위가 몰려왔다. 비가 내리면 해님을 기다리고, 비가 그쳐서 더우니 얼른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부엌 그릇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소파에 기대어 움직일 줄 모른다. 지난주부터 보기 시작한 '나의 아저씨'가 궁금하여 2편을 보고 안 되겠다 싶어 부엌으로 갔다.


지난번에 사 온 콩국물이 있어서 국수 1인분을 삶았다. 오이 반 개를 채 썰어 국수 위에 올리고 통깨를 조금 뿌렸다. 콩국물을 붓고 꽃소금을 넣었다. 얼음도 조금 넣어 맛보니 어머, 콩국물이 생각보다 진했다. 우린 정말 좋은 세상에 산다. 국수만 삶으니 집에서도 맛있는 콩국수를 먹을 수 있다. 여름이면 두 번 정도 콩국수 먹으러 가곤 했는데 이제 안 가도 되겠다. 콩국물 반 병이 남아 있어서 내일 점심으로 한 번 더 먹을 수 있다.


얼마 전에 쓰던 가스레인지를 전기 레인지로 교체했다. 남편이 요리에 재미를 붙이더니 덥다고 바꾸자고 했다. 가스레인지도 아직 쓸만했지만, 전기 레인지로 교체했다. 바꾸니 좋았다. 걱정했던 것보다 화력도 세고 괜찮았다.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전기 레인지는 사용할 수 있는 용기가 따로 있다. 냄비나 프라이팬 중에 자석이 붙는 것만 가능하다.



냄비나 프라이팬을 사용하기 전에 자석을 붙여 본다. 저석이 착 달라붙는 것은 사용 가능한 용기다. 집에 있는 냄비와 프라이팬 중에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분리하였다. 냄비는 대부분 사용할 수 있었는데 큰 웍이랑 프라이팬 몇 개는 자석이 안 붙는다. 요리를 하려면 있을 건 다 있어야 해서 프라이팬 세트를 주문했다.


홈쇼핑을 보다가 많이 보았던 쿡O프라이팬을 주문했다. 프라이팬 3개와 웍, 전골냄비로 사용할 수 있는 팬이랑 구이 팬도 있어서 충분했다. 제품을 받고 보니 묵직한 게 제법 고급스러웠다. 자석으로 일일이 체크하여 사용 못하는 것은 따로 내놓았다. 뚝배기와 세라믹 냄비 등도 이제 사용할 수 없어서 다 꺼내니 싱크대 안쪽이 여유로워졌다.



프라이팬에 딸려온 정리대가 세워지지 않아서 옆으로 눕히고 정리했다. 싱크대에 있던 플라스틱 소쿠리 등도 버리려고 내놓고 쓸 수 있는 것만 정리하니 여유가 있다. 이렇게 정리하니 마음이 다 시원하다. 비움의 행복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찾아보면 여기저기 정리할 것이 있을 거다. 한 번에 하면 힘드니 하루에 조금씩 정리해야겠다.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고 정리한 것을 보더니 빨리 요리하고 싶다고 한다. 오늘 저녁은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 요리는 이연복 팔보채다. 주문해서 먹었는데 해산물이랑 모둠 야채 등 내용물이 괜찮았다. 두 번째 주문이다. 팔보채 요리는 늘 남편이 해서 나는 하지 못한다. 해물이랑 야채를 뜨거운 물에 다시 데쳐서 요리를 하니 냄새가 별로 안 나고 맛있다. 콩국수처럼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가 많아서 참 좋다.


요즘 야채값도 비싸고 덥기도 해서 1식 3찬이다. 팔보채와 김치, 오이지무침과 멸치 볶음, 감자조림, 풋고추, 쌈장이다. 참 소박한 밥상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고기 구워 먹을 때는 더 간단하게 먹는다. 그래도 요즘 입맛이 돌아와서 꿀맛이다. 점심에 콩국수를 먹고도 저녁도 밥 한 그릇 뚝딱이다.


남편이 원해서 전기 레인지로 바꾸었지만, 잘 바꾸었다. 요리할 때 덥지 않으니 요리할 맛도 난다. 프라이팬도 새것으로 싹 바꾸니 요리가 재밌다. 포도주와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지만, 물건은 새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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