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더웠다. 집 안이 30도다. 그래도 미뤄두었던 베란다를 청소하였다.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서 닦고 시원하게 물을 뿌려주었다. 비 때문에 더러워진 창틀도 닦아주니 내 마음이 다 시원하다. 앞 베란다와 뒷 베란다를 청소하고 화분도 정리해 주었다. 날씨가 더운데도 화분은 싱싱하게 잘 자란다. 물만 주는데 쑥쑥 자라는 나무가 부럽다. 더운 날은 시원한 물만 먹고살았으면 좋겠다.
다시 자란 고구마 순
지난번에 고구마 줄기를 자르고 작은 순이 남아 있어서 계속 물을 갈아주었더니 고구마 순이 지난번만큼 자랐다. 긴 화분을 꺼내서 흙을 채우고 고구마를 심었다. 날씨가 많이 더워서 뿌리를 내리지 못할 수도 있어서 햇빛이 덜 비치는 곳에 두었다.먼저 심은 고구마 화분처럼 잘 자랐으면 좋겠다.
이제 화분에서 고구마 줄기가 뿌리내리고 고구마가 열리길 기다린다.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것은 늘 설렌다. 나는 그저 물만 주겠지만, 기르는 것은 자연이 할 것이다. 햇빛과 바람이 돌봐주고 흙이 키워주리라 믿는다. 작은 화분에 기껏 고구마 몇 개를 기르는데도 이렇게 정성이 들어가는데 더운 날 온갖 곡식과 채소를 기르는 농부의 수고는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마트에 가면 온갖 채소와 먹거리를 살 수 있다. 사면서 왜 이리 비쌀까 투정을 한다. 장맛비에 힘들게 키운 채소니 비싼 것은 당연하다. 비싸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많이 소비해 드리는 것이 힘들게 키워주신 농부들에게 보답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퇴근할 때마다 보았던 전철역 옆에 있는 고구마밭이 생각난다. 어느 날 어르신 한 분이 이랑을 만들고 검정 비닐을 덮고 고구마 순을 심는다. 가끔 호수로 물 주는 것을 보지만 어느 날 고구마 순이 무성하게 자란 것을 본다. 고구마 순을 따는 할머니를 보게 되고 밭에 고구마가 뽑혀 있는 것을 본다. 그 많은 고구마를 어떻게 팔까 염려가 되었지만, 고구마밭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올해는 해마다 고구마 농사를 짓던 밭에 풀만 무성하다. 농사짓던 분이 아프신 것인가. 혹시 요양원에라도 가셨을까 궁금했지만, 알 길은 없다. 1년 내내 버려져 있는 밭을 보며 가슴이 쓸쓸하다. 늘 환승하러 가는 전철 에스컬레이터 옆에 위치하기에 지나갈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몇 년 동안 계속 보아왔기에 더 궁금하다. 어르신께서 건강하셔서 내년에는 고구마 농사를 지으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소유 99.99%는 타인의 수고로 받은 것이다. '
란 김형석 교수님의 말씀이 오늘 뜨겁게 다가온다.
화분에 심은 고구마가 잘 자라서 작은 고구마라도 열리길 기대해 본다. 고구마 캐는 날 둥이와 함께 환호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