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이다. 올해의 여덟 달이 가고 이제 네 달이 남았다. 8월을 보내기가 참 어렵다. 마음이 가볍지 않고 자꾸 무거워진다.
9월 4일은 서이초 교사가 세상을 떠난 지 49일이 되는 날이다. 신기하게 9월 4일이 49재다. 7월 말부터 교사들은 매주 토요일에 모여 집회를 하였다.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 중에도 매주 참석한 분이 계시다. 모임 선생님의 딸과 사위가 교사인데 토요일마다 대신 손주를 돌봐주러 간다. 딸과 사위가 집회에 참석하러 가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교가 많이 힘들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뉴스에서 거의 매일 다루는 이야기라 잘 알고 있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교사도, 나처럼 퇴직한 교사도 모두 공감하고 마음으로 응원한다.
퇴직하고 올 1년 기간제 교사로 학교에 출근하고 있다. 담임이다 보니 학습지도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약간의 업무를 담당한다. 학습지도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생활지도이다. 매일 아침 반복적으로 오늘 지켜야 할 일을 당부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을 다 지키지는 않는다. 특히 학급에 금쪽이라고 불리는 학생이 있으면 늘 긴장하게 된다. 금쪽이가 다른 학생을 때리거나 욕을 한다거나, 수업을 방해하면 피해자 학부모님이 연락하신다.
담임은 전화상으로든, 직접 대면으로 상담하는 과정에서 죄인이 된다. 1학기에도 몇 건의 사건이 있었다. 그중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면 금쪽이가 힘겨루기를 하다가 여학생을 발로 한 번 차는 일이 있었다. 물론 잘못했다. 불러서 친구에게 사과하였다. 학부모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요점은 '우리 아이는 집에서 아주 귀한 아이인데 정말 화가 난다. 금쪽이 부모님께 만나서 사과받고 싶다.'는 내용이다. 전후 사정을 말씀드렸고, 다음 날 등교하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진심으로 사과시키겠다고 말씀드렸다. 이번이 처음이니 담임을 믿고 기다려 주시라고 했다. 다음에 똑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금쪽이 부모님 오시도록 하여 사과시켜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긴 통화였지만 우선 진정이 되셨다.
다음날 금쪽이와 여학생을 불러서 자세히 알아보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받아주었다. 금쪽이를 따로 불러서 앞으로 절대로 이런 일 없도록 주의를 주었다. 교사가 금쪽이를 지도할 수 있는 방법은 말로 훈육하는 것밖에 없다. 심하게 지도하거나 지도 과정에서 말실수라도 하면 아동학대로 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여러 번 보았다. 학습지도 하는 과정이나 생활지도 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말을 문제 삼아 학부모님께서 교사를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하기도 하고 법원에 민사 소송을 내기도 한다. 교실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있으면 늘 긴장하게 된다. 똑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인해 교사들이 외치는 교권 보호나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는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에도 바로 잡지 못하면 우리나라 교육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해서 교사들이 병가나 연가를 내고 서이초 교사 49재를 추모하고자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교육 멈춤의 날'로 요즘 학교마다 시끄럽다. 아니,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교육부에서는 불법으로 간주하고 병가나 연가를 낸 교사와 승인해 준 교장도 처벌한다고 한다. 일부 교사들은 처벌받아도 투쟁하겠다고 말한다.
우리 학교도 전 교원이 한 자리에 모여서 의견을 말하고 대책을 논의하였다. 결론은 9월 4일을 학교재량휴업일로 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출근 못 하는 교사가 있지만, 학교는 문을 닫을 수는 없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뜻은 기리되 마음으로 동참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그날 하루 단축 수업을 하고 결근은 교사 개인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몇 분의 선생님께서 병가를 내고 출근 안 하신다. 시간강사를 구할 수 없어서 4교시로 단축 수업을 하고 교감, 교장, 영양교사, 보건교사 등 모든 교원이 보결 수업을 하기로 했다. 물론 돌봄 교실과 방과 후 수업은 정상으로 운영한다. 학생 하교 시간이 조금 당겨지는 거다. 사전에 학부모님께 가정통신으로 안내하고 그 뜻을 알릴 거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한 의견은 교사든 학부모든 찬반으로 갈린다. 어떤 학부모님께서는 지지하는 의미로 그날 하루 가족 동반 체험학습을 내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하셨다. 공교육이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교사나 학부모님이나 같다고 생각한다. 9월 4일이 '공교육 멈춤의 날'이 아니라'공교육 정상화 날'로 기억되길 바란다. 이제 학교에서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면 안 된다. '내 아이만~' 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학교가 바로 설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이 바로서야 나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