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현장체험학습 취소되었다

by 유미래

나는 작년 8월 말에 퇴직하고 올봄부터 인근 초등학교에 기간제교사로 출근하고 있다. 역할은 2학년 담임교사이다. 학교에 나가며 올 1년 학교 엄마가 되어 학생들을 알뜰히 보살피리라 다짐하였다. 모든 학생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학생들이 늘 편하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하였다. 1학기에는 학급에 있는 금쪽이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학생 덕에 하루를 긴장하며 성실하게 근무하였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학부모 상담으로 잘 이해하고 넘어갔다. 2학기에는 큰 일없이 평온한 1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지난 금요일(9월 8일)에 우리 반 학생들에게 가정통신을 나눠주었더니 교실이 난리가 났다.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 나와 교실이 시끄러워졌다. 가정통신은 다름 아닌 '2학기 현장체험학습 취소 안내'였다. 그럴 만도 하다. 1학기부터 현장체험학습 언제 가는지, 어디로 가는지를 늘 물어보았기에 그 마음이 이해된다. 1학년 때도 코로나19로 인해 가지 못했으니 올해는 친구들과 함께 현장체험학습을 꼭 가고 싶었을 거다. 실망하는 아이들 마음이 이해되었다.


현장체험학습 갈 때 저녁에 일찍 잔다고 누워도 잠이 안 와서 잠을 설쳤던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 학부모가 되어 아이들 현장체험학습 갈 때면 엄마인 나도 설레어 새벽에 일찍 깨어 김밥 싸며 즐거웠던 기억도 난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니 친구들과 현장체험학습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컸을 거다. 기대했던 일인데 못 가게 되었으니 얼마나 속상할지 짐작이 간다. 사실 현장체험학습은 교육과정의 연장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러 간다고 생각한다. 특히 저학년 학생은 더 그럴 거다.


현장체험학습이 우리 학교만 취소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2학기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였다. 그 이유는 최근 교육부에서 온 공문 한 장 때문이다. 법제처에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어린이(도로교통법 제2조 제23호에 의거 13세 미만인 사람) 이동이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 등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였고, 이에 따라 경찰청에서는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 등 비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차량도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되어 관련 규정에 맞게 경찰서에 신고하고 운행하도록 요청하였다.


(통학버스 기준)

-승차정원 9인 이상
-색상은 황색, 앞과 뒤에 어린이 보호 표지 부착, 좌측 옆면 앞부분에는 정지표시장치 설치
-모든 창유리 또는 창은 가시광선 투과율이 70% 이상
-좌석 규격 및 거리 : 5% 성인여자 인체모형이 착석 가능하되, 좌석 등받이의 높이 71cm 이상
-승객석에 설치된 좌석 안전띠는 어린이의 신체 구조에 적합하게 조절 가능 해야 함
-승강구 1단의 발판 높이는 30cm 이하, 윗면의 가로는 승강구 80% 이상, 세로는 20cm 이상, 2단의 발판 높이는 20cm 이하
-양면과 뒷면에 각가 2개의 적색 표시등과 2개의 황색 표시등 설치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영하려는 사람은 미리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고 신고증을 발급받아야 함.
-그 외 생략


즉 스쿨버스나 학원 버스로 운영하는 노란색 버스와 같은 차량을 말한다.


학교의 입장은 관련 규정에 맞는 버스를 구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와 위법을 알고 기존 전세버스를 이용하여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는 것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안고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즉 위험 부담을 안고 행사를 실시하기에는 책임소재도 있어서 담임교사도 학교장도 선뜻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청에서는 단속을 유예한다고 하지만, 불법임을 알고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에서 오히려 불법을 유도한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예전에는 1년에 2회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학년에 따라서 수목원에도 가고 동물원에도 갔다. 서울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놀이 공원에도 다녀오고, 2학기에는 농촌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가기도 하였다. 고구마도 캐고, 땅콩도 캐서 가져왔다. 학교에 따라서는 학년별로 장소를 정해두어 6년 동안 중복되지 않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1학기에는 주로 관람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2학기에는 체험학습할 수 있는 곳으로 다녀왔다. 5, 6학년은 수련 활동이나 수학여행을 다녀오며 초등학교에서의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교사로 아이들과 다녀온 장소 중에 생각나는 곳은 청와대다. 2004년 3학년 담임이었을 때다. 경복궁에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고, 청와대로 갔다. 어른인 나도 청와대 입구부터 긴장이 되었다. 지금은 청와대가 개방되어 누구든지 갈 수 있지만, 그때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개구쟁이 남학생들도 조용히 관람하였다. 청와대 앞 잔디밭에서 찍은 단체 사진은 늘 자랑거리가 되었었다.


현장 체험학습 가기 전에 꼭 답사를 다녀와야 한다. 올해도 1학기에 학년별로 답사를 다녀왔다. 답사를 다녀온 후 1학기에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까지 받아 놓았다. 전세버스도 계약했고, 체험학습장도 계약했다. 정해진 날짜에 떠나기만 하면 되는데, 취소로 다시 해지해야 한다. 해지하려면 위약금 문제가 있어서 쉬운 일은 아니다.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취소로 전세버스 회사와 체험학습장 등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1년에 2회씩 가던 현장체험학습이 미세먼지로 인해서 몇 년 전부터 1학기 현장체험학습이 많이 취소되고, 대부분 학교가 2학기에 1회 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코로나로 인해서 3년 정도는 실시하지 못했다. 올해부터는 자유롭게 갈 수 있는데 도로교통법 때문에 결국 못 가게 되었다. 학생들이 많이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난주에도 현장체험학습 가던 중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9월 8일 오전 9시 10분쯤, 경북 영천시 언하동의 한 교차로에서 체험학습 가던 중학생 25명과 교사 등을 태운 전세버스가 신호대기 중이던 SUV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학생 등 10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어 치료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이렇듯 현장체험학습 사고는 매년 있어서 학교를 긴장하게 한다.


체험학습 갈 때마다 늘 긴장이 된다. 안전하게 다녀오길 바라지만, 사고는 예고가 없기에 도착할 때까지 교사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부모님께서도 마찬가지일 거다.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학생이 다칠까 봐 걱정도 된다. 2~30명 학생을 교사 혼자 인솔해야 한다. 학생들이 들떠있기에 중간중간 주의 주며 신경 쓴다.


올해는 교외체험학습(가족동반 체험학습)이 30일까지 가능하기에 학부모님께서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해서 언제든 자녀와 체험학습을 할 수 있다. 교외체험학습을 많이 이용하는 가정도 있지만, 1년 동안 1일도 운영하지 않는 가정도 있다. 현장체험학습 못 가는 아이들 마음을 생각해서 한 번 정도라도 다녀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부모님과 가는 것이 어쩌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체험학습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물론 친구들과의 추억은 없겠지만, 아이들 마음을 알아주는 방법은 될 것 같다.


현장체험학습을 대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 기분을 풀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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