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할머니가 아닌 학교 엄마로 산다

학교 엄마는 할 일이 참 많다. 힘들지만 보람도 느낀다.

by 유미래


나는 다섯 살 쌍둥이 할머니다. 쌍둥이 말고도 9월에 돌 지난 손자가 한 명 더 있다. 내 이름은 할머니다. 하지만 올해는 학교 엄마다. 학교에서 나도 모르게 '할머니가~'라는 말이 나오려고 한다. 그럴 때면 당황이 되어 말을 입속으로 쏙 집어넣는다.


학교 엄마는 엄마처럼 할 일이 참 많다. 어떤 날은 몸이 열 개쯤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반 학생은 21명밖에 안 되는데, 21명 모두가 개성이 있어서 21명의 맞춤 학교 엄마가 필요하다. 학교 엄마는 늘 바쁘지만, 보람도 느낀다.


2022년 8월 말에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을 하였다. 아무것도 안 하고 글 쓰며 쉬려고 했는데, 학교에 시간 강사로 나가게 되었다. 시간 강사로 나가면서 내가 가르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학생들을 다시 만나며 가슴이 뛰었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시 학교에 나가는 이유다.


올해 3월에 집 근처 초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이 되었다. 기간제 교사다. 담임은 신경 쓸 일도 많고 많이 힘들다. 사람들은 교사가 학생 학습 지도를 주로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은 학습 지도보다 다른 일로 늘 더 바쁘다. 집에서 엄마가 하듯 학교 엄마도 학교에서 작은 일까지 해주어야 한다.


하나, 학교 엄마는 때론 개인 과외 선생님처럼


저학년은 학습 속도가 많이 차이 난다. 잘하는 학생과 느린 학생 차이가 크다. 어떤 아이는 과제를 제시하면 집중해서 빨리 해결한다. 하지만 정말 느린 학생이 있다. 이거 참견, 저거 참견하다가 친구들이 다 끝낼 때쯤 하기 시작한다. 중간에 가서 여러 번 재촉해 보지만, 본인이 마음이 내켜야 한다. 답답하지만 기다려 줄 수밖에 없다.


선생님이 학생들을 집중시키고 여러 번 설명한다. 다른 학생들이 학습을 시작하려고 하면 "선생님, 어떻게 해요?", "선생님, 뭐 해요?" 하고 물어보는 학생이 꼭 있다. 그런 학생은 옆에 가서 일대일 과외 선생님처럼 다시 설명해 주어야 한다. 학교 엄마이니 이 정도는 엄마처럼 친절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해 준다.


반 학생이 학습을 모두 끝내야 다음 활동으로 넘어갈 수 있기에 빨리하는 학생들은 독서를 하거나 종합장에 그림을 그리며 기다려 준다. 그런 아이들이 참 예쁘다.


하나, 학교 엄마는 가끔 의사 선생님이 되기도


요즘 학생들은 연약하다. 조금만 아파도 참지 못한다. 학교마다 보건교사가 있어서 아프면 보건실로 보내서 치료받고 온다. 하지만 학교마다 보건 교사가 한 명이라 특히 큰 학교는 보건교사가 업무가 많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약상자에 기본 약품을 넣어 교실에 하나씩 배부해 준다. 약상자에는 작은 상처에 바르는 상처치료제와 밴드, 면봉, 체온계 등이 들어 있다. 아이들이 종이에 베거나 상처가 작을 때는 담임교사가 소독해 주고 밴드를 붙여준다.


특히 여름에는 모기에 물려오는 학생이 많다. 가려울 때마다 보건실에 보낼 수 없어서 교실에 약을 비치하고 뿌려준다. 물론 큰 상처나 교실에서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보건실로 보낸다. 집에서 다친 상처도 학교에서 다시 약을 발라주어 불편하지 않도록 해준다.


학생들이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시리얼이나 간단하게 먹고 온다. 굶고 오는 학생도 있다. 아침에 탄수화물을 먹어야 뇌가 활성화된다고 하는데 안타깝다. 공부하다가 배가 아프다고 한다. 머리가 아프다고도 한다. 열이 나는지 확인하고 보건실에 보낼지 판단해야 한다. 학생이 많다 보니 코피가 나기도 하고, 넘어져 다치기도 해서 학교 엄마는 늘 긴장이 된다.


학교 엄마는 몸 상처도 치료해 주지만, 학생의 마음 상처도 치료해 준다. 부모님께 야단맞고 등교한 학생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형제간의 다툼으로 힘들어하면 마음을 보듬어 준다. 학교에서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투고 상처받을 때도 상처가 남지 않도록 달래준다. 아직 어리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마음의 상처를 살핀다.


하나, 학교 엄마는 밥도 먹인다


우리 반 학생들은 밥 먹으러 학교에 온다고 한다. 두 번째는 친구와 놀려고 온다고 한다. 공부하러 학교에 온다고는 안 한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 마음일 거다. 급식 식단을 교실 앞에 붙여 놓았다. 알레르기 있는 학생들을 위해서다. 하지만 수시로 오늘 급식 메뉴를 확인한다. 급식 메뉴에 마라탕이나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는 날이면 온통 정신이 급식 먹는 것에 빼앗긴다. 점심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느라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


식당이 있는 학교는 그래도 괜찮지만, 교실에서 배식하는 학교는 아이들 밥 먹이는 일도 힘들다. 배식하고 남기지 않고 잘 먹도록 지도하고 잔반 처리까지 하고 나면 점심시간이 다 지나간다. 교사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른다.


영양교사는 잔반을 줄여달라고 부탁하지만, 요즘 억지로 먹였다간 학부모 민원을 받는다. 교육적으로 급식 지도를 해야 하지만 참 어렵다. 급식은 좋은 재료로 영양까지 맞추어서 영양교사가 메뉴를 짜서 만드는데 야채를 싫어해서 많이 남길 때는 참 속상하다. 대부분의 학생은 고기를 좋아한다.


요즘 식재료가 비싼데 잔반통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 물론 교육적으로 급식 지도를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지 않는다. 먹이는 일도 참 어렵다.


하나, 학교 엄마는 판사처럼 판결도 내린다


학교는 학습 지도보다 생활지도가 힘들다. 학습 지도는 교육 전문가라 걱정이 없다. 교사가 하루 종일 생활지도를 한다. 아침에 오늘 지켜야 할 일을 이야기한다. 저학년이다 보니 반복 지도가 필요하다. 특히 다치지 않도록 안전교육에도 힘쓴다.


'친구와 사이좋게 놀기. 친구가 싫어하는 행동 안 하기, 친구 때리지 않기, 친구 별명 부르지 않기, 욕하지 않기, 복도, 계단에서 뛰지 않기,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기' 등등 지킬 일을 이야기하지만, 모두 잘 지키면 얼마나 좋을까, 늘 다툼이 있다. 작은 다툼이 학교 폭력으로 가지 않도록 사전에 해결해준다.


다툼이 있거나 친구가 괴롭힐 때는 담임선생님께 이른다. 그럴 때 교사는 정확하게 잘잘못을 판단해 주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사과를 받게 한다. 꼭 두 명 모두에게 일어난 일을 물어보아야 한다. 물어보면 다 이유가 있어서 판사처럼 판정을 잘해주어야 한다.


인성 지도는 학교에서도 하지만, 가정에서 해주시면 좋겠다. 요즘 아이가 한 명 아니면 많아야 두 명이다. 귀한 아이들이다. 집에서 왕자님처럼 공주님처럼 키운다. 왕의 DNA가 있는 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학교에서의 생활지도로 학부모 민원을 받기도 한다. 학부모 민원은 늘 힘들다. 교사가 생활지도하는 과정에서 아동 학대로 고발되기도 한다. 9월에 교권 회복 4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세상의 모든 담임선생님을 응원한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보며 많은 사람이 교사의 어려움을 조금 인식하지만, 알려진 것보다 훨씬 어렵다. 교사는 늘 긴장하며 산다. 혹시라도 다치는 아이가 있으면 죄인처럼 소심해진다. 아이가 다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부모님 속상한 마음도 이해되지만, 가해 학생이 없을 때도 마찬가지다.


담임선생님은 학교 엄마로 늘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 작은 일도 엄마 마음으로 해결해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할 일이 참 많다. 위에서 언급한 것은 일부이다. 학급에 금쪽이라도 있으면 정말 매일매일이 힘들다. 12년 만에 담임을 하며 세상의 모든 담임선생님을 응원하고 존경한다.


이번 주말에도 교사들이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갔다. 차가운 거리에 앉아서 목청껏 외치는 선생님들을 보며 선배 교사로 마음이 많이 아프다. 모든 선생님께서 보람을 느끼며 행복하게 근무하는 학교가 되길 기대해 본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하니, 예전처럼 교사가 인기 있는 직업이 되어 우수한 인재가 교대를 찾기를 바란다.


오마이뉴스 기사(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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