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학부모 공개수업, 달라진 풍경

아버지가 절반이다

by 유미래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었다. 올해는 교원능력개발평가도 유예한다고 해서 학부모 공개수업도 없을 줄 알았다. 교원능력개발평가와 상관없이 학교 교육과정에 있는 학교 행사라 그냥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주 전부터 준비하며 걱정이 많이 되었다.


담임으로서 1년 동안 가장 신경 쓰이는 행사가 학부모 공개수업이다. 그냥 평소 수업처럼 하면 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수업하는 것은 어색하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친정엄마 앞에서도 공개수업은 부담이 된다.


수업 하루 전 브런치 스토리 글을 읽다가 학부모 공개수업에 가시는 학부모님 글을 읽었다. 학부모 공개수업은 교사만 긴장하고 걱정하는 줄 알았는데 학부모님께서도 걱정이 많으셨다. 입을 옷과 신발에 대한 걱정부터 화장, 머리 등등 신경 쓰실 일이 많다고 하셨다. 아이가 혹시 엉뚱한 말을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하셨다.


나도 우리 아이들 초등학생일 때 공개수업에 가면 많은 아이 중에서 우리 아이만 보였다. 옷도 예쁘게 차려입고 멋 낸다고 구두까지 신고 가서 한 시간 동안 서서 참관하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수업 참관 갈 때는 꼭 편한 구두를 신고 오시면 좋을 것 같다. 아이가 발표도 잘하고 과제도 잘 해결하면 좋은데, 많은 학부모님께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 쥐구멍에 숨고 싶기도 했다. 교사인 나도 그랬다.


그 글을 읽으며 교사인 나는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공개 수업 참관 때 선생님보다는 자녀에게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을 알았다. 교사는 그냥 자연스럽게 수업하고, 발표만 골고루 시켜 주면 될 것 같다.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도 전날 입고 갈 옷을 신중하게 골랐다. 옷차림도 좋은 인상을 주는데 한몫하기에 단정한 옷으로 정했다. 화장도, 머리도 다른 때보다 정성 들여 준비하고 출근하였다.


마음이 즐거워야 수업도 잘 되는데 오늘 아침은 날씨도 참 좋았다. 좋은 날씨가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 주었다. 지난주에 남편이 독감으로 고생을 하였다. 남편에게 옮았는지 주말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약 처방을 받고 저녁 모임에도 가지 않고 쉬었다.


평소에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찬 바람 쐬면 안 좋을 것 같아 어제부터 승용차로 출근을 하였다. 운전하면서 보니 길가의 가로수가 단풍이 들어서 정말 아름다웠다. 단풍 구경 가지 않아도 예쁜 단풍 구경을 한다. 차를 가지고 오길 참 잘했다. 오늘 공개수업만 잘하면 여유 있게 가을을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학부모님께서 학교를 방문하는 행사가 없었다. 2학년 학생이기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처음 참관하시는 거라서 학부모님께서도 기대가 크셨을 거다. 아마 가정통신문을 받을 때부터 기대하셨을 것 같다. 많이 오실 거라고 예상하였지만,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아서인지 정말 학부모님께서 많이 오셨다. 교실이 꽉 찼다.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할머니까지 오셨다. 요즘 직장 다니는 며느리 대신 할머니가 오후에 손주를 돌봐주시는 가정이 많다. 손주가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하는지 보고 싶을 것 같다. 우리 반은 다문화 가정 학생이 두 명이다. 늘 전화로만 통화하였는데, 엄마와 함께 사시는 중국인 외할머니도 오셨다. 수업이 끝나고 어찌나 반갑게 인사하고 가시는지 고맙기도 하고 기분이 좋았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학부모 공개수업을 하였다. 작년 8월 말에 퇴직하고 기간제 교사로 올해 2학년 담임을 하고 있다. 교감으로 교장으로 지낼 때는 교사가 수업을 하면 참관만 하였기에 거의 13년 만에 처음 하는 공개수업이어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9월 말부터 수업 단원을 정하고 PPT를 만들고 자료를 준비하였다. 공개수업으로 학부모님께 신뢰받으면 남은 기간을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개수업 하루 전날까지 철저하게 준비하고, 수업 시나리오까지 작성해서 연습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우리 반은 눈도 크게 뜨고 바르게 앉아 수업에 참여하였다(출처:Pixabay)

오늘 수업은 3교시 국어였다. 제목이 '아홉 살 마음 사전'이다. 미리 준비한 노래와 영상, PPT로 수업이 물 흐르듯 잘 되었다. 평소 우리 반은 활기가 넘친다. ADHD 학생도 있다. 잠시도 입을 다물지 못해서 늘 주변을 시끄럽게 하는 금쪽이도 있다.


신기하게 부모님이 뒤에서 보고 계시니 모두 모범생이 되었다. 노래도 잘 부르고 자세도 어찌나 바른지 매일매일 참관 수업처럼 바르게 앉아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학년인데 눈치가 백 단이다. 귀엽다.


학부모 공개수업은 어찌 보면 미리 정해진 시나리오에 맞추어 진행되기 때문에 수업이 실패할 수 없다. 준비가 철저한 수업이라 당연하게 성공한 수업이 된다. 물론 학생들의 반응과 발표 등 변수는 있다. 가끔 철없는 학생이 엉뚱한 발표를 하지만, 오히려 참관하신 학부모님과 바탕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반전의 즐거움도 있다.


오늘 수업도 시간이 조금 오버되긴 했지만, 그런대로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 마지막에 학부모님을 위해 우리 반 학생들 칼림바 연주 동영상을 보여드리며 끝냈다. 아이들이 연주하는 칼림바를 보시고 함께 박수도 쳐 주셨다.


예전에는 학부모 참관 수업에 주로 엄마가 참석하였는데, 직장에 휴가를 내고 아빠들도 많이 참석하셨다. 수업을 참관한 학부모님의 절반 정도가 아빠였다. 요즘 학부모 공개수업의 풍경이라고 한다. 요즘은 아빠도 육아와 교육에 관심이 많고, 오히려 아빠가 전적으로 육아를 하는 가정도 있다. 우리 학교뿐만 아니고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발표하는 아이들을 보며 어찌나 흐뭇하게 아빠 미소를 짓는지 보는 나도 흐뭇했다.


아빠가 많이 참관하고 참관록도 써 주셨다.


OO가 생활하는 교실에 직접 와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수업 듣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준비하시고 수업 진행하시느라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친절하시고 인자하신 선생님의 성품에 친구들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밝고 화목한 2학년 2반을 위해 신경 써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공개수업 참관록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무사히 끝냈다는 말이 정답이다. 그동안 걱정을 많이 하였기에 정말 뿌듯하다. 수업이 끝난 후에 부모님께 달려가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가 있다는 것은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수업이 끝났는데도 교실에 남아서 인사하고 가시고, 아이와 사진도 찍으시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대부분의 아빠도 처음 뵙지만, 참 따뜻하게 인사하고 돌아가셨다.


학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점심시간에 알림 톡을 보내드렸다.


오늘 학부모 공개수업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가 집에 오면 잘했다고 꼭 안아주세요.
행복한 2학년 2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반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서 부모님께 칭찬받고 마음이 자라서 내일은 좀 더 행복한 마음으로 등교하길 바란다. 학생들도 나도 긴장했지만, 덕분에 조금 자란 듯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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