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선생님 하시겠어요?

by 유미래


지난주 목요일 저녁에 교회 교구장님과 몇 분이 목장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리며 교구장님께서

"권사님은 다시 태어나도 선생님 하실 건가요?"

하고 물어보셨다.

예전 같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 저는 다시 태어나도 선생님 할 거예요."

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요즘 새내기 교사의 사망으로 선생님이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교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진작 그랬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일이 발생해야 대처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다. 안전사고가 나야 안전을 협의하고, 산업 재해가 발생해야 돌아본다. 중대 재해 처벌법이 발의되었지만 사고가 줄지 않았다. 참 안타깝다.


처음 스무 살에 2년제 교대를 졸업하고 교사가 되었다. 호적에 나이가 한 살 줄어서 교사 1년 차에 성인식을 하게 되었다. 정말 어린 교사였다. 지금처럼 교과전담 교사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바로 담임을 맡았다. 4학년 담임이었다. 교대 다닐 때 교생 실습을 했지만, 바로 담임을 맡아서 힘들었다. 그래도 그땐 학생 수가 많았지만 학생도 학부모님도 선생님을 존경해 주어서 교사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첫담임 했던 학생들을 따라서 다음 해에 5학년 그다음 해에 6학년을 담임하게 되었다. 3년 동안 계속 우리 반이 되었던 남학생이 생각난다. 지금은 50대라 자리 잡고 잘 살 거로 믿는다.


6학년 학생들이 졸업하고 30대 초반이 되었을 때 동창회를 한다며 6학년 때의 담임선생님 몇 분을 모셨는데 나도 초대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학생도 선생님도 정말 반가웠다. 내가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었다고 해서 정말 가슴 뿌듯했었다. 첫 발령 학교라서 서툴렀지만, 최선을 다해 학생을 가르쳤을 거다. 분명 얼마 전에 사망한 새내기 선생님도 나처럼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발령받는 교사는 임용고사에 떨어지면 시간 강사도 하고 기간제 교사도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경험을 많이 하면 나중에 정규 교사로 발령받았을 때 그때의 경험이 자신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발령받으면 바로 담임교사를 하기보다는 2~3년은 교과전담 교사를 하며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학교에서는 대부분 새내기 선생님은 교과전담 교사를 시키는데 2~3년 교과전담 교사를 하다 보면 담임을 하고 싶어 한다.


담임 첫해는 정말 퇴근 시간도 넘기며 열심히 수업 준비도 하고 교실 환경도 꾸민다. 그 열정에 감탄한다. 교감으로 있던 학교에서도 첫담임을 맡은 선생님께서 저녁에도 남아서 일하기에 걱정되어 가능하면 퇴근 시간까지만 일하고 가도록 말했었다. 그리고 언제든 상담이 필요하면 어려워하지 말고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담임 첫해인 1년 동안 몇 차례 상담도 해 주었다. 정말 열심히 생활했던 새내기 선생님이 생각난다.


교감, 교장이었을 때 학부모 민원을 여러 건 받았다. 학교에 대한 불만이기보다는 선생님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 학교에 민원을 냈다가 만족하지 않으면 신문고에 올린다. 교육지원청에서 민원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면 학교에서 답변을 작성해서 보낸다.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가 학교의 답변을 토대로 신문고에 답변을 올린다. 답변이 만족스러우면 신문고에서 민원 글을 내리지만 그렇지 않으면 계속 답변을 요구하거나 다음 단계로 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낸다.


그러는 과정에서 교사도 관리자도 힘들다. 교사는 병가를 내기도 하지만 관리자는 민원이 해결될 때까지 스트레스가 된다. 학교의 일 이기에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민원이 해결될 때까지 교감, 교장도 힘들어서 출근하는 것이 즐겁지 않다. 물론 관리자보다는 당사자가 몇 배는 더 힘들 거로 생각한다. 심한 민원을 받은 선생님께서는 담임하기가 힘들어 다음 해에는 교과전담 교사를 신청하거나 휴직을 하기도 한다. 모든 교육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어떤 활동을 하려다가도 이 활동으로 인해 다른 사안이 발생할까 봐 미리 걱정되어 포기하게 된다.


작년에 퇴직하였다. 31년 6개월을 담임교사로 살았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해마다 다른 학생들을 만나 행복했다. 관리자로 11년을 살았다. 관리자로 살았던 11년보다 담임으로 보냈던 31년 6개월이 더 보람 있었다.


누가

"다시 태어나도 선생님 하실 건가요?"

하고 묻는다면

"네, 저는 다시 태어나도 선생님 할 겁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서울이 아닌 지방 작은 도시에서 하고 싶다. 고향인 강원도도 좋고 교장 연수 때 방문했던 제주도의 작은 학교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생애엔 관리자를 해 보았으니 다음 생애엔 평교사로 늘 아이들과 만나고 싶다. 내가 초등 4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 들려주신 헬렌켈러 책 한 권으로 교사의 꿈을 꾸었듯이 내가 읽어주는 책 한 권으로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따뜻한 교실을 만들고 싶다. 학교 현장이 바뀌길 기대한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한 학교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따뜻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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