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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l 18. 2023

감사 일기로 마무리하는 1학기


이번 주 목요일이 여름 방학식이다. 1학기가 참 빠르게 지나갔다. 빠르게 지나갔다는 것은 매일매일이 즐거웠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매일매일이 즐겁지는 않았고, 그래도 큰 일없이 방학을 맞이할 수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퇴직하고 기간제 교사로 3월 2일 첫 출근한 학교에서 2학년 학생 22명의 학교 엄마가 되었다. 아주 좋은 엄마가 될 줄 알았다. 한 학기를 보내고 보니 모두에게 아주 좋은 엄마는 참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복병이 있었고 내 능력의 한계도 느껴졌다. 한 학기를 마치며 모든 담임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물론 마음으로는 따뜻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화도 내지 않고 잔소리도 하지 않고 좋은 말로 칭찬해 주며 올 1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의 선생님은 야단도 치고 잔소리도 하고 가끔 화도 냈다. 아이들이 작은 상처라도 나면 가슴이 철렁했고, 학부모님의 민원성 전화에는 나의 능력이 부족함을 속상해했다. 우리 반 1호 연두로 인해 3건의 학부모 상담을 하였다. 물론 학부모님께 잘 말씀드리고 재발 방지를 약속드렸지만, 방학하는 날까지 신경이 쓰였다. 연두 외에 ADHD 진단을 받은 학생도 있어서 매일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오랜만에 담임을 해보니 담임선생님의 어려움을 새삼 느낀다.    

 

한 학기 동안 다양한 일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힘든 일도 있었지만, 행복한 날이 더 많았다. 2학년이기에 천진난만함이 너무 예뻤고, 1일 반장이 돌아오면 기뻐하는 순진함도 귀여웠다. 옷 칭찬을 해주는 솔이도, 주말 잘 보내라고 금요일마다 인사해 주던 윤아도 무척 예뻤다. 여학생이 8명, 남학생이 14명이다 보니 늘 시끄러운 교실이었다. 그래도 수업 시간에는 고사리손으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던 우리 반 학생들이 방학 동안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내기 바란다. 2학기에는 마음이 자라서 지금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예쁜 학생이 되길 바란다.     


7월 1일부터 알림장에 매일 감사일기두 개씩 썼다. 늘 다른 친구를 이르거나 괴롭히는 아이들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1학기를 감사함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도 담겼다. 일기라기보다는 감사 문장 두 개다. 학교에서 쓰기도 하고 집에서 써오기도 했다. 몇몇 학부모님께서는 알림장에 사인하시며 학부모님께서도 감사일기를 써 주셨다. 감사했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은 아이는 학교에서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나눠줄 줄 안다. 작은 일이지만 감사일기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      


(OO의 7월 18일 감사일기)
1. 영양 선생님께서 맛있는 급식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친구가 색연필을 빌려주어서 감사합니다.             


이제 방학식 전날 장기 자랑만 하면 1학기가 마무리될 것 같다. 욕을 달고 살던 연두도 요즈음 욕을 안 한다. 어떤 행동을 하려다가 내가 바라보며 이름을 부르면 멈출 줄 안다. 이 정도로 좋아진 것만 해도 감사하다. ADHD 학생도 아침에 오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약속하다 보니 쉴 틈 없이 이야기하고 친구들을 이르던 행동이 줄어들었다. 목소리가 크다 보니 금방 교실이 시끄러워져서 주의를 줄 수밖에 없다. 그림이 정말 좋아진 것을 보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 같다. 그래도 돌봄 교실에 있다가 집에 갈 때는 꼭 교실에 들러서 인사하고 간다. 기특하여 가끔 간식을 주기도 한다. 그 모습이 예뻐 보인다.     


방학식 이틀 전이다. D-10일부터 칠판에 표시하였다. 학생도, 선생님도 여름방학을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퇴직 전에도 방학 전에 꼭 큰 사안이 잘 발생했다. 안전사고도 생기고 학폭 사안도 생겼다. 7월 들어서며 늘 긴장을 하였다. 교감 선생님께서도 방학 전 학생 생활지도를 부탁하셨다. 긴장이 풀리다 보면 사고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이제 이틀만 즐겁게 잘 보내면 한 달 정도 여름방학이다. 그동안 정해진 틀대로 움직였지만, 방학 동안은 학생도 교사도 조금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 하며 여유를 즐기리라. 2학기 교육과정 준비도 하고 교육 도서도 읽고 연수도 받아서 2학기를 잘 준비해야겠다. 방학 동안 개구쟁이 우리 반 학생들이 보고 싶을 것 같다. 여름방학 동안 키도 크고 마음도 자라 개학식 날 의젓한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해 본다.    

      

2학년 2반 친구들,
안전하고 건강하고 즐거운 여름방학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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